‘몸값 3조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고평가 논란 딛고 이름값 증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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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 16일~22일 수요예측 실시
공모가 PER 31배 적용, IPO 흥행 여부에 먹구름
KKR의 대규모 구주 매출 물량도 부담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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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식 HD현대마린솔루션 상무이사(왼쪽부터), 김정혁 상무이사, 조성헌 전무이사, 이기동 사장, 윤병락 전무이사, 민산 상무이사,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상무이사가 15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기업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몸값만 3조원(약 21억7,000만 달러)대로 책정되면서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수요예측에 나섰다. 연초 뜨거웠던 IPO 시장이 최근 다소 잠잠해진 가운데, HD현대마린솔루션이 분위기를 바꿔 이름값을 해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모가를 산출할 때 조선업 외 사업가치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잠재적 매도 물량이 많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상반기 ‘IPO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수요예측 돌입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7만3,300~8만3,400원이며, 총 예상 공모금액은 6,524억~7,423억원,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2,582억~3조7,071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공모 규모 기준 최대 규모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HD현대중공업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이후 선박 AM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7년 2,403억원이던 매출액은 연평균 35% 성장하며 지난해 1조4,305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으로도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조선산업 업황 사이클의 영향을 최소화한 사업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 흥행 여부가 올해 IPO 시장의 투자심리를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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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과 셰브론이 저탄소 선박으로 개조하기로 한 16만 제곱미터 급 LNG 운반선 ‘아시아 에너지’호/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적정한 기업가치 근거로 공모가 산출했나, 고평가 논란 불가피

다만 문제는 고평가 부담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과 공동주관사단은 공모가 산출에 주가수익비율(PER) 31.5배에 할인율 21.4~30.9%를 적용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직전 상장한 조 단위 기업 에이피알의 PER은 13배 수준이었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피어기업(비교 기업)으로 국내 기업인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스웨덴 해양 기자재 업체 알파라발(ALFA LAVAL AB),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Kongsberg Gruppen), 핀란드 해양장비 기업 바르질라(WARTSILA OYJ ABP)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지난해 지배주주순이익 규모는 HD한국조선해양이 2,217억원, 알파라발 8,128억원, 콩스버그 4,647억원, 바르질라 3,709억원이다.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51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더욱이 해당 기업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선박 AS 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게 아니다. 비교기업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알파 라발은 선박(Marine) 관련 매출이 30%고 나머지 매출은 에너지(30.3%) 및 음식·물(39.7%) 관련 사업으로 구성된다. 콩스버그도 해상(Maritime) 관련 매출은 49.7%로 불과했고 항공우주 등 다른 사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바르질라는 비중이 50.4%를 기록했으나 AS가 아닌 해양 발전·시스템(Marine Power·systems) 매출이었다.

오버행 우려 등도 변수

여기에 이번 IPO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대규모 구주 매출에 나선다는 점도 IPO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 주를 공모하는데, 445만 주를 신주 발행하고, 2대 주주인 KKR은 보유한 1,520만 주 중 445만 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는다.

구주 매출 이후에도 여전히 1,075만 주가 남는 셈이다. 보호예수 기간이 6개월인 만큼 오버행(대규모 물량 매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앞서 상장한 에이피알과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이피알은 현재 공모가에 못미치는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연초 이후 공모주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점도 HD현대마린솔루션을 고민케 한다. 실제로 올해 2월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이전·스팩상장 제외)한 기업들은 희망밴드 상단의 공모가를 초과하기도 했으나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따낸 상장사는 없었으며, ‘따블(공모가 대기 2배 상승)’ 역시 5곳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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