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불법증권계좌 1,661개 개설에도 CEO제재는 피해, 시중은행 전환에 탄력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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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불법증권계좌 1,661개 개설 건 제재 '업무 정지 3개월'
우려했던 CEO제재는 피해, 지연됐던 시중은행 전환 절차 탄력 받을 전망
금감원이 법 개정 지연하면서까지 CEO 제재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주가 부양 및 시장 신뢰 회복 등은 풀어내야 할 과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지난해 불법 증권계좌 개설 금융사고가 적발된 대구은행(은행장 황병우)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17일 제7차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과 소속 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금융실명법’과 ‘은행법’,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정지 3개월과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이어 직원 177명에게는 ▲감봉 3개월 25명 ▲견책 93명 ▲주의 59명 등 신분 제재를 부과했다.

조치 대상 직원 중 위반 행위자 111명에 대해선 ‘금융실명법’ 상 과태료를 향후 별도 부과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본점 본부장 등도 이번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CEO 제재는 피한 덕분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징계 이슈를 해소한 만큼 시중은행 전환 논의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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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개 불법증권계좌 임의개설, CEO 제재도 우려됐으나 업무 정지 3개월로 일단락

대구은행은 지난해 6월 말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 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한 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고객 동의 없이 1,661건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이다. 이에 대구은행은 7월 자체 감사에 들어갔고 금융감독원도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대구은행 내부통제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봤다. 고객 정보를 임의로 사용한 중차대 사안임에도 통제와 금융 당국에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사안을 무겁게 다루자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징계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대구은행은 2023년 연말을 목표로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징계 수위가 CEO 제재로 결정될 경우 시중은행 전환 인허가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8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562억원의 직원 횡령·유용 사건이 벌어진 경남은행에 대해 CEO 등 경영진 제재 필요성을 밝힌 바 있는 만큼 대구은행에도 CEO 제재 수준의 강도 높은 징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만 규정하고 있을 뿐,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 근거가 없다.

금감원이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때 내린 중징계와 관련한 은행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지배구조법에서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이 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22일 내부통제의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하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미확정인 상태에서 이번 대구은행 제재 수위가 결정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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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본점 전경/사진=DGB대구은행

CEO 제재 피한 덕분에 시중은행 전환과 황병우 회장·행장 겸직 체제 ‘청신호’

결과적으로 제한적인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대구은행은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CEO 징계 가능성도 일축됐다.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는 황병우 DGB금융 회장 체제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 없이 사태가 일단락된 셈이다. 지난 2월 DGB금융지주 회장 후보 3인이 추려졌는데,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황병우 회장에게 CEO 제재가 이뤄질 경우 낙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제재 수위가 우려했던 것보다 낮은 업무 정지 3개월에 그침에 따라 지난달 임명된 황병우 회장의 업무 수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회장은 대구은행장 차기 인선이 확정될 때까지 회장직과 행장직을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가 시중은행 전환에 미치는 영향 역시 사실상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통제 미흡이 문제가 됐을 뿐 인허가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대주주 요건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금융사고가 시중은행 전환 인허가 검토를 중단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시중은행으로 승격될 시 은행업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지방·시중·인터넷은행을 동일한 은행업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해도 인가 단위가 같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의 라이선스 폐지와 신규 취득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따를 경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인가의 내용 변경만 이뤄지면 된다.

추락하는 주가 잡고 시장 신뢰 회복해야

금융권 관계자들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절차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3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로 시장 신뢰가 흐려진 탓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신임 황 회장이 풀어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DGB금융지주는 올 2월 주당 10,000원까지 뛰었다가 이달 중순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8일 종가 기준 주당 8,100원까지 떨어졌다.

조속한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지배구조법 개정을 연기했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6월 금감원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DGB금융지주는 모범사례 중 한 곳으로 언급됐으나, 불법증권계좌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법 개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관계자들은 지방은행들이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은행장 및 주요 임원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지역 기업들과의 학연, 지연 등을 통한 연계가 강한 탓에 향후 유사한 불법 사건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562억원에 이르는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경남은행의 사정과 1,661개에 달하는 불법증권계좌가 개설된 대구은행의 사정에는 지역연고주의가 은연중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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