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사업자에 드리운 ‘마이너스의 손’, “정부는 가만 있는 게 약”

OTT 법체계 개선 목소리 ↑, 방통위도 개선 의지 드러냈지만 OTT 업계 “정부 노력이 오히려 부정적 결과 초래할 수도” “K-OTT 타깃 규제 이미 많아, 정부 시선 오히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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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OTT 등 신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사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OTT 법체계를 개선함으로써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고 규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법체계 개선을 시사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정작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가 ‘지원’이란 미명 아래 ‘규제’만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OTT 짓누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불안이 증대된 탓이다.

“미디어서비스사업법 마련해야, 자율성 확보 시급”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는 13일 ‘미디어서비스 산업발전을 위한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과 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의 주요 발제 내용은 올해 1월 KCTA가 민간분야 전문가로 꾸린 ‘미디어법제위원회’가 그간의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다양하게 제기돼 왔던 미디어 관련 법안의 거의 모든 주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공공 공익채널의 의무편성 폐지, 이용약관의 신고 및 승인제 대상 축소,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등 민간 미디어 산업 분야 활성화 및 시장 중심의 서비스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박 의원실 측은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홍대식 교수는 “미디어사업자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민간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디어서비스사업법(안)을 마련하고 주요 제정 내용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 각 부처에서 방송법과 IPTV법의 통합 필요성을 갖고 다년간 법제 개편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까지 법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홍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꾸준히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고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가 제안한 법안은 먼저 상위 개념으로서 ‘미디어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따른 미디어서비스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미디어서비스는 크게 미디어 제공서비스와 미디어 콘텐츠서비스로 구분했다. 미디어 제공서비스는 설비 기반 실시간 다채널 서비스, 온라인 실시간 채널 서비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동영상 공유 서비스 등 서비스 제공 유형으로 나눴고, 공정경쟁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외 자본 유입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유 겸영 규제를 완화했다. 또 소유 규제의 경우 방송법상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소유 규제는 전면 폐지하고 지배에 영향이 없는 소수 지분 취득도 금지하는 겸영 규제 규정을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편입 기준인 ‘사실상의 사업내용 지배’ 제한 규정으로 전환했다.

방통위도 ‘법체계 개선’ 시사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OTT 및 미디어 법제 개편을 담당했던 시청각미디어서비스팀을 미디어전략기획과로 개편했다. 팀에서 과로 바뀌며 확대됐는데, 이와 함께 기존 방송정책국에서 기획조정관(국)으로 이관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등 미디어 법제 외에도 미디어 대외협력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부의 OTT에 대한 인식이 ‘단순 외부 공급책’에서 ‘방송과 동급의 미디어’로 변화했다는 방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미디어 매체별로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OTT) 등으로 분산된 규제체계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디어의 정의를 바꿔 OTT까지 분류에 포함될 수 있게 하겠단 것이다. 방통위는 “프로그램 선택·편성 등을 행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채널 등을 시청자(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법체계를 이원화하고 규율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모습/사진=방송통신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업계 사이 불안감↑, “오히려 규제만 심해지는 것 아니냐”

다만 업계 사이에선 이 같은 정부의 법체계 개선이 오히려 OTT 사업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이 표출된다. 당초 그간 OTT는 기존 지상파와 위성, IPTV 등과 달리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고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받아 방통위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결국 방통위가 법체계 개선을 통해 내부적으로 OTT 시장과 관련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OTT에 대한 기금 부과 여부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OTT 사업자와 이용자에게 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원안들이 발의됐는데, 업계에선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는 국내 OTT 업계에 부담만 지우는 꼴”이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2021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매출액 6,317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 52%, 94%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반면 국내 OTT 3사 매출은 늘었지만, 3개사 매출을 다 합쳐도 4,324억원에 그쳤다. 3사 영업손실 규모는 총 1,568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유튜브의 경우 OTT로 분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결국 적자를 내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만 기금 징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OTT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범주도 논의되지 않은 채 기존 미디어와 단순 유사성 비교를 통해 기계적으로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수준”이라면서 “이미 OTT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망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법 규제를 적용받는데 미디어법 적용 시 중복규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희수 콘텐츠웨이브 정책실장도 “정부가 K-OTT를 도와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라며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글로벌 OTT 대비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의 해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정부나 국회가 최근 K-OTT 사업자를 타깃으로 괴롭히고 있는 규제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차라리 무관심이 제일 좋을 것 같다”며 “물론 정부 지원은 감사하지만 핵심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역차별의 해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법체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OTT 인프라 기반 구축보단 ‘규제’에 더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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