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다 뒤떨어지는 재난문자 체계, 국민 신뢰도 높이려면

5월 31일 재난문자, 오발령도 문제지만 정확한 대응 중요한데, 정부는 ‘전전긍긍’하기만 송출 기준 다원화 필요해, 국민 경각심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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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난문자 캡처

지난 5월 31일 새벽 6시 41분, 북한 발사체 도발에 따른 서울지역 대피 경계경보(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그러나 해당 재난문자엔 어디로, 무엇 때문에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대피 준비만 지시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리나라보다 11분 빠르게 대피장소를 간결히 표현한 일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난문자방송시스템 운영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해 주요 기관들의 업무특성에 맞는 재난문자 발송시기와 내용에 대한 업무분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日과 비교되는 韓, 재난문자 내용도 ‘부실’

재난문자는 다양한 재난상황에서 다수의 국민들에게 동시에 긴급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상황을 보다 신속히 전함으로써 재난 대응성을 높이고 피해를 줄이는 데 탁월하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95%, 휴대폰 보급률이 10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활용성이 더욱 높다. 다만 운영에 실수가 생기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되기도 쉽다.

재난문자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 자연재해, 미세먼지, 코로나19 등 다양한 유형의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행정안전부가 총괄해 오던 재난문자 발송 권한이 다양한 재난 관련 기관들로 확대되면서 빈번한 재난문자 발송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단말기 알람 소리를 조정하고 문자 수신거부를 가능하게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이번 민방공훈련(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경보를 위한 위급재난문자에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서울지역 대피를 지시하는 경계경보가 발송된 지 20여 분 만에 행안부가 경계경보 오발령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경계경보가 해제됐단 문자를 보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발령 자체에 대한 논란도 분명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경계경보 문자에 왜 대피해야 하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11분 더 빨리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의 재난문자발송이 늦어진 이유로는 복잡한 행정 절차가 꼽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재난문자는 △행안부 지령방송 수신(6시 30분) △서울시 민방위정보통제소의 확인 전화 △통화 실패 △자체 경계경보 발령(6시 32분) △위급재난 문자 시스템 등록 △서울시 승인 △문자 발송(6시 41분) 등의 과정을 거쳤다. 이에 비해 일본은 북한의 로켓이 탐지된 지 불과 1분 만인 오전 6시 30분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주민 대피를 알리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이 발령됐다. 즉각적인 위기관리대책본부 가동도 일본의 발 빠른 대처를 보여준다. 또 재난 문자의 내용에 있어서도 일본은 대피 이유와 대피 장소가 문자 내용에 포함된 반면 우리나라는 경계경보의 이유, 대피 장소 등에 대한 내용 없이 대피만 지시했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기준 없는 체계 다원화, 오히려 ‘독’ 됐다

재난문자방송서비스(Cell Broadcasting System: CBS)는 태풍, 홍수, 폭설, 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행안부장관, 시·도지사, 기상청장 등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으로 긴급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뜻한다. 당초 시행 초기엔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만이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었으나, 포항지진 이후 행안부는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기상청으로 단일화하는 등 CBS 체계 개선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에도 CBS 발령권한을 이양해 보다 신속하게 재난문자가 발송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지나치게 다원화된 CBS 송출 체계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CBS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문자로 나뉘는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414건이 송출됐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코로나19 안내문자 송출이 늘며 2022년까지 3년간 연평균 5만4,402건(약 131배)의 재난문자 송출 건수가 발생해 국민의 피로감이 커졌다. 특히 겨울철 대설 특보 시 단순 빙판길 안전운전 안내, 빈번한 실종자 찾기 안내 문자 등은 국민 불편을 높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일본의 J-Alert는 정부에서 주민에게 즉시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24시간 가동되며 긴급 정보를 순식간에 전달한다. 특히 메시지 유형을 Primary Notification(최초 알림)과 Secondary Notification(2차 알림)으로 분류해 규정된 패턴으로 문자를 발송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였다. 물론 일본의 J-Alert의 경우에도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홋카이도 근처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다시 정정한 바 있다. 정확도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속’한 재난대응 보여준 日, 배울 건 배워야

다만 일본의 J-Alert에서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음은 사실이다. 장점은 흡수하되 단점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입법처는 우선 이를 위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는 신속성과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사건이 발생된 이후 발송된 재난문자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앞서 행안부는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 발송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여부를 가장 먼저 탐지할 수 있는 기상청이 직접 발송할 수 있도록 개선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경계경보 발령이 필요한 상황은 국방부가 가장 먼저 탐지한다. 따라서 민방공 위급재난문자의 경우 미사일 등을 가장 먼저 탐지하고 미사일 궤도 등 차후 상황을 보다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국방부가 직접 발송할 필요가 있다.

입법처는 또 정부의 협력적 대응도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난은 여러 부처들이 관련되어 있는 만큼, 재난대응에 있어 각 부처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CBS 권한에 대한 부처 간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CBS 권한은 행안부,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 등이 갖고 있다. 그런데 각 기관별 특성에 따라 언제, 어떤 내용을 담아 문자를 발송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분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 기관들이 유사하거나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를 중복 발송하거나 어느 기관도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는 등 문제가 왕왕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한 주체들 간의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각 기관들의 업무특성에 맞게 재난문자 발송 시기와 내용에 대한 업무분장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최초 알림’ 및 ‘2차 알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정부가 내놓은 재난문자 송출 기준 개선안/출처=행정안전부

재난문자 송출 기준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재난문자 송출 기준(가이드라인)의 일원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또한 일원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재난문자 송출기준을 이달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재난문자 발송을 줄이고 긴급하고 필요한 정보만 신속하게 송출하도록 하겠단 것이다. 국민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실종 경보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실종문자 수신 전용 ‘앰버 채널’을 구축해 이용자들이 실종정보 문자 수신을 원할 경우에만 수신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변경할 예정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난문자의 특성에 따른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진, 북한 미사일, 홍수(주의보/경보) 등에 따른 기준은 모두 달라야 한다. 가이드라인 일원화와 더불어 재난 상황에 다른 기준 다원화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 미사일의 경우 1분 1초라도 늦어지면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국방부에 권한을 이양해 발 빠른 대처를 이뤄내야 하고, 지진의 경우 사전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 뒤 대피처를 알리고 피해 상황을 신속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재난문자는 발송 지연, 발령 원인 및 대피 정소 등 핵심 정보의 부재 등 정부 대응의 미흡한 부분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와 지자체 등 재난문자 운영기관에 대한 교육과 반복적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한 이양을 통한 신속성 제고와 더불어 권한 부처 다원화에 따른 혼란 가중 방지책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한다. 과다한 재난문자 발송을 지양하고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민들의 경각심과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보다 충만히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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