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만들고 오세훈이 없앴다, ‘여성우선주차장’,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

2009년 도입, 전체 주차 대수 10% 이상 여성 전용 주차 공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교체, 노약자·영유아 동반자 등 이용개편 14년 끌어온 역차별 및 편견 강화 논란해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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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시

서울시의 ‘여성우선주차장’이 사라진다. 2009년 오세훈 시장이 도입한 이후 14년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정책을 결국 스스로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17일 서울시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오는 18일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서울시내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지정된 주차공간이 공식적으로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된다.

여성에서 가족으로, 가족배려주차장

여성우선주차장은 2009년에 여성의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30대 이상의 주차 구역이라면 전체 주차 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조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여성 전용이 아니라 여성 우선 주차장이니만큼 아이와 임산부를 동반한 남성도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불충분한 홍보와 용어가 주는 한계로 인해 남성들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여성들도 오히려 배려라기보다는 성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모두에게 불편한 장소로 변모했다. 실제로 여성 이용률마저 16%에 불과해 제도 개선 요구가 꾸준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엄마, 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엄마, 아빠 행복 프로젝트’ 사업은 크게 △안심돌봄 △편한외출 △건강힐링 △일생활균형 등 4대 분야 28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신규 투자 1조9,300억원을 포함해 5년간 총 14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엄마아빠(양육자)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서울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여성우선주차장을 보다 포용적인 가족 친화적 주차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출처=서울시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지난 2월 14일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해 시의회에 상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기존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개편-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산부, 노약자, 영유아 동반자 등 이용 대상을 교통약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안에 발맞춰 시는 이미 올해 3월부터 공영주차장을 중심으로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해왔다. 지난 3월 기준 현재 서울시 공영주차장 내 여성우선주차구역은 69개소, 총 1,988면이었다.

18일부터는 공식적으로 기존 여성우선주차장 명칭이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바뀐다. 이용 대상은 조례안과 동일하다. 기존 여성에서 임산부, 고령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 또는 임산부, 고령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로 확대된다.

남녀갈등으로 얼룩진 주차장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한 여성우선주차장은 지난 14년간 커뮤니티의 단골 소재였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무의미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반발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여성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용’ 공간으로 잘못 인식해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도 빈번히 일어났다.

여성우선주차장이 소위 ‘김여사’라고 일컫는 ‘운전에 미숙한 여성’ 편견을 강화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8년 올라왔던 ‘여성전용 주차칸을 폐지하고 교통약자 주차칸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모든 여성이 운전에 미숙한 ‘교통약자’라는 편견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NBC, ABC 등에서도 ‘해외 토픽’수준으로 다루며 ‘여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언제적 ‘김여사’?

통념과는 다르게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이 운전에 미숙하다는 게 ‘사실’이 아닌 ‘편견’일 뿐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한국도로공사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교통사고 203,130건 중 남성이 75.8%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22.8%에 불과했다. 오히려 자동차 주인 대비 가해자 운전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이 조금 높게 나온다. 2021년 말 기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자동차 누적 대수는 남성이 1,571만3,271대(73.8%)로, 여성은 557만2,185대(26.1%)였다.

여성우선주차장의 범죄 예방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실증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강력 범죄에 대한 통계는 존재한다. 한국 경찰청의 2020년 범죄 통계에 따르면 총 1,587,866건의 범죄 중 27,839건이 주차장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168건이 성범죄였다. 이 통계는 주차장이 특히 여성에게 위험한 환경일 수 있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범죄 예방 측면에서는 여성전용주차장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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