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미미한데 ‘선심성’ 지역화폐만 늘려, “사실상 ‘국비 살포'”

지역 경제 살린다는 지역화폐, 실상 효과는? 국비 지원까지 쏟아지는 지역화폐, 전문가들 “의미 있나” 선심성 현금 살포로 변질된 지역화폐, “정책적 재고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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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화폐/사진=경기도

지역화폐 발행액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가 선심성 유인 수단으로서 지역화폐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화폐 국비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지역화폐 발행액 15.4% 증가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역화폐 발행액은 27조2,196억원으로 전년 23조5,871억원 대비 15.4% 증가했다. 지난 2018년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발행액은 4년 만에 68배 넘게 급증했다. 현재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190곳(약 78.1%)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일부 지자체가 지역 사업을 벌이면서 선심성 유인 수단으로서 지역화폐를 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전남 나주시는 오는 21일부터 12주간 지역 주민 대상 ‘비대면 체중 감량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정해둔 목표만큼 체중을 감량한 참가자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인 나주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경북 봉화군은 이달 봉화사랑상품권을 내건 요리 경연대회를 연다. 참가만 해도 3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주고, 수상팀엔 최대 30만원의 상품권을 준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측은 “지자체 자체 예산만으로 지급하는 지역화폐”라고 해명했으나 실상 국비 지원으로 재정 여력을 확보한 덕분에 이런 지역화폐 지급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을 지원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단 취지로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지자체는 지역화폐를 7~10% 할인해 판매하거나 결제액의 일부를 돌려준다. 실례로 전북 익산시에선 현금 9만원을 내면 10만원어치의 지역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상품권으로 지역 가맹점에서 10만원을 결제하면 결제액의 10%인 1만원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차액을 지자체 예산뿐 아니라 중앙정부 세금으로 메운다는 점이다. 재정 여건이 좋아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서울시, 경기 성남시 등은 국비 지원이 없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국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비 지원, 2018년 대비 35배 늘어

올해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은 3,525억원이다. 국비 지원이 시작된 2018년(100억원)과 비교하면 35배가량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000억원이던 국비 지원을 올해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에 빌려 절반가량만 줄였다. 당초 지역화폐는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이었으나, 2018년 전북 군산시 등 고용 위기 지역에 한해 시작된 국비 지원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확장 재정을 펼친 2021년엔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1조2,522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지역화폐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이 지역화폐와 관련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4%가 지역화폐 지원을 위한 국비 전액 삭감에 반대했다. 국비 삭감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23%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76.4%나 됐으며, 만족도도 86.4%에 이를 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20년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당시 지역화폐에 대한 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국비+지방비) 중 경제적 손실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한 손실이 460억원, 인쇄비·금융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1,800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 정책이 사실상 전체 지자체에서 시행되면서 의도치 않은 문제와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자체의 경제 규모나 재정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지역화폐 발행량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발행수수료나 판매대행수수료, 할인 비용 등을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지자체별 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 지역화폐/사진=카드고릴라

지역화폐, 의도는 좋지만

지역화폐 운영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화폐 이용 수요는 과반이 훌쩍 넘고(사용 의향 65%, 현재 사용 57%) 미사용자의 향후 이용 의향(37%)도 낮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진작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으로서 지역화폐가 어느 정도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역화폐가 일부 지자체에서 학원비나 병원비로 쓰이는 등 일종의 선심성 현금 지원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화폐는 재정 투입 대비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효과가 있더라도 그 효과가 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에 국비보다는 지역 예산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화폐의 운영 취지 자체는 좋고, 국민적 호응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의도만 좋다고, 국민적 호응이 좋다고 그것이 꼭 이로운 정책이라는 법은 없다. 지자체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의 역할이 선심성 보조금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지역화폐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만큼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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