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아성 넘봤던 위니아전자, 결국 기업회생절차 수순

위니아전자, 1,400억 규모 채무 못 갚아 IMF 이후 경영난에 계속 허덕이며 멕시코 판매량으로 겨우 사업 유지 해외 마케팅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결국 법정관리

pabii research

한때 삼성전자, LG전자의 아성을 넘봤던 종합가전기업 위니아전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업계에선 이번 법정관리를 신청한 위니아전자가 추후 재매각, 또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IMF 외환위기의 역풍을 맞으면서 본격적인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위니아전자는 그나마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해외 가전 시장 점유율을 통해 가까스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생 절차에 돌입한 모습이다.

위니아전자, 기업회생절차 신청

21일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전자가 지난 20일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에 해당한다. 위니아전자가 이렇듯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 회사의 부실이 대유위니아그룹 전반으로 옮겨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위니아전자의 채무는 최우선 변제 대상인 임직원 급여는 물론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빌린 금액까지 합쳐 총 1,4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자칫 채무불이행 시 대유위니아그룹 전반의 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그룹 경영진들이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그간 대유위니아그룹 산하 계열사들이 총동원해 위니아전자를 지원했으나, 결국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IB 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이 2018년 위니아전자를 인수한 후 지원한 자금만 약 2,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주회사 격인 대유플러스는 위니아전자의 대주주인 위니아홀딩스 사채 총 399억원을 취득했다가 이를 관계사 지분 299억원으로 대물 변제받았다.

이외 그룹 내 계열사인 위니아에이드, 위니아 등을 통한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 및 신용 보강 등이 이뤄졌음에도 불구, 위니아전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위니아전자는 2020년 말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데 이어 2021년에도 약 7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법정관리를 택하는 대신 추가적인 지원을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계열사 미수채권이 1,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기업회생절차 이외 이렇다 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 견해다.

만성적인 경영난에 대우전자 → 동부대우전자 → 위니아전자로 손바뀜,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위니아전자의 전신은 대우전자다. 1974년 출범한 대우전자는 카오디오 수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전사업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어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면서 당시 금성사(현 LG전자), 삼성전자와 함께 ‘가전업계 3대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한 때엔 TV·에어컨·냉장고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게 됐다. 대우전자는 1999년 다른 그룹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후 2013년 1월 당시 동부그룹(현 DB그룹)에 매각되면서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동부그룹이 2015년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또다시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손바뀜돼 지금의 위니아전자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일련의 변화 이후에도 위니아전자는 코로나19 당시 중국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해외시장 판매량도 급속도로 위축되며 줄곧 경영난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위니아전자가 2023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대우전자 시절 닦아 놓은 글로벌 판매망 덕분이었다. 특히 위니아전자 멕시코 법인이 2019년 10월 한 달 냉장고, 세탁기 등 현지에서 판매한 제품 총액은 3,750만 달러(약 500억8,706만원)로, 1993년 해당 법인 설립 이후 역대 최고 월간 생산량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전 업계의 해당 특정 지역에서의 월 500억원 매출은 시장 1위 기업 수준의 규모”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멕시코 칸쿤 공항 출구에 위니아전자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사진=위니아전자

해외 시장 확장 통해 재기 노렸지만

기업회생 절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막기 위해 위니아전자 경영진들도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 일례로 위니아전자는 회사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해외 가전 유통망을 더 크게 확대함으로써 경영난 극복에 나서고자 했다. 특히 위니아전자의 모회사인 대유위니아그룹은 앞서 살펴봤듯 2018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며 해당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멕시코, 중국 생산공장을 품었다.

여기에 더해 위니아전자는 해외 시장 공략 및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광고도 강화한 바 있다. 지난 2021년엔 몬테레이, 칸쿤, 과달라하라 등 멕시코 거점 공항 내 출입구·카트 광고를 시작했으며,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산업과 경제의 중심지 ‘몬테레이’, 위니아전자의 현지 공장이 있는 ‘게레따로’등 총 8개 대도시에 옥외 광고를 진행했다.

2022년엔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도 전개했다. 2020년부터 지속해 온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핸드볼팀과의 공식 파트너십을 2025년 6월까지 연장하면서 유럽 내 스포츠 시장에서의 브랜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자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위니아전자는 중남미 국가 파나마의 지역 여성 풋볼팀인 베어스클럽(BEARS CLUB)을 후원하기도 했다. 풋볼은 파나마에서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데, ‘풋볼’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현지 소비자와 원활히 소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게 당시 위니아전자의 후원 의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위니아전자는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한 모습이다. 위니아전자는 2021년 부채비율을 1,300%를 넘어섰고, 지난해엔 감사의견을 거절 당하면서 재무제표 공시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IB 업계 관계자 A씨는 “위니아전자는 앞으로 재매각이나 청산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산가치만 인정받고 파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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