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신 잇몸, 스타벅스 대신 스타스? 러시아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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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브랜드명·로고 카피
저품질-고가에도 급속 성장
푸틴 “서방 기업 떠나도 러시아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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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스타스커피/사진=스타스커피 인스타그램

서방 기업들이 대거 떠난 러시아에 가득 들어선 이른바 ‘짝퉁’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그들이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도록 러시아를 떠나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러시아 고립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양상이다.

비우호국 특허권 인정 안 해, 노골적인 ‘자국 기업 밀어주기’

4일 타스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전역에 최소 130곳 이상의 스타스커피가 운영되고 있다. 스타스커피는 지난해 8월 안톤 핀스키 전 러시아 스타벅스 회장이 론칭한 커피 전문점으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스타벅스 커피의 러시아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핀스키 회장은 래퍼 티마티와 함께 동업 형태로 스타스커피를 운영 중이며, 인수 자금으로는 600만 달러(약 78억4,500만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스커피는 스타벅스가 빠져나간 자리를 재빨리 차지했다. 전국에 위치한 이전 스타벅스 매장을 그대로 활용했고, 세이렌(인어)이 그려져 있던 로고는 백조공주 그림으로 대체됐다. 은은한 미소와 긴 웨이브 헤어, 머리 위 별 장식 모두 스타벅스 로고와 비슷하지만, 왕관 대신 러시아 전통 머리 장식으로 변화를 줬다. 스타스커피는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 중이다. 가장 최근 문을 연 지점은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한 치스토프루드니점으로 지난해 10월 23일(현지 시각) 문을 열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사업을 철수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도 현지 업체 브쿠스노이토치카(Вкусно и точка)로 대체됐다. 브쿠스노이토치카는 맥도날드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m’자를 변형해 새로운 로고를 만들었으며, 맥도날드와 유사한 메뉴를 판매한다. 올렉 파로예프 브쿠스노이토치카 대표는 “기존 맥도날드 재개장과 신규 사업장 등 200여 개까지 매장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외식 업체 외에도 가구 및 생활용품 판매점 이케아를 모방한 아이디어,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모방한 저스트클로즈 등 다수의 기업이 해외 유명 브랜드가 빠져나간 시장에서 기존 브랜드의 사명이나 로고 등을 모방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경우 러시아의 물자난을 이유로 질 낮은 상품을 비싼 가격에 판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대다수의 경우 기존 브랜드파워를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같은 ‘짝퉁’ 브랜드가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거론된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2022년부터 “비우호국에 등록된 특허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없어진다”고 밝히며 자국 업체들이 타국 특허를 사용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모스크바 시의회는 앞서 언급한 브쿠스노이토치카 외의 또 다른 맥도날드 모방 패스트푸드 체인 바나아저씨에 5억 루블(약 71억5,5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 기업이 떠나면 러시아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존 사업을 인수하고 있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탈출 행렬에도 발 걸친 기업들

탈(脫)러시아 행렬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모니터링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불과 20일 사이 러시아 앱스토어에서 총 6,982개의 앱이 없어졌으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인 벨라루스에서도 5,900여 앱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러시아 앱스토어에서 이처럼 많은 앱이 삭제되고 있는 이유로 기업의 자진 이탈을 꼽았다. 코카콜라, H&M, NFL, NBA, WWE 등 다수의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며 각종 관련 앱까지 삭제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클래시오브클랜, 브롤스타즈, 클래시로얄 등 다수의 인기 게임 또한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게임사 슈퍼셀이 개발한 클래시오브클랜은 러시아 내 다운로드 횟수만 3,600만 회에 달하는 등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이처럼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남아 있는 기업들의 셈법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현지 정부가 막대한 기부금이나 기업 자산의 대폭 할인 매각을 강제하는 등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와 네덜란드 하이네켄, 스포츠 용품 업체 아디다스 등이 러시아 정부의 강압적 규제에 피해를 봤다.

일부 기업은 복귀 여지를 남기며 추후 상황이 안정되면 러시아로 다시 돌아갈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1만 루블(약 14만원)이라는 상징적 금액으로 현지 공장을 매각하면서 계약서에 “2년 내 같은 금액으로 재매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현대차가 대표적 예다. 미국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러시아에서 사업을 지속 전개하면서 작업량을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등 방식으로 소극적 사업 축소에 나선 외국 기업은 33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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