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서비스로 30만 고객 확보한 토스, 시중은행 줄줄이 ‘수수료 면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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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외화통장 출시 6일 만에 30만 좌 개설
‘평균 2.8%’ 헤지 비용은 어디서 충당하나
외화 매입 시에만 수수료 면제 등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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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외화 무료 환전 서비스에 나선다. “조건 없이 평생 수수료 무료”를 앞세운 토스뱅크의 외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데 따른 움직임으로, 일각에서는 은행의 역마진으로 인한 피해가 또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 외환 서비스 확대에 총력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우리·KB국민은행은 현재 환전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외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찍이 2022년부터 외화 환전 수수료 면제를 제공하는 하나금융 ‘트래블로그’ 상품을 판매하는 하나은행과 오는 2월 14일 비슷한 상품을 론칭하는 신한은행까지 포함하면 시중 5대 은행이 일제히 ‘무료 환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처럼 5대 은행이 연이어 무료 환전을 선언한 배경에는 외환 서비스 시장에 새롭게 입성한 토스뱅크의 기대 이상 흥행이 있다. 토스뱅크는 이달 18일 외화통장을 출시하며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으며, 환전·결제·출금 수수료는 전액 면제”라고 소개했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은 출시 6일 만인 24일 30만 좌를 넘기며 기록적인 판매량을 자랑했다.

기록적인 판매량에 대해 토스뱅크는 소비자들이 외환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함과 복잡함을 완전히 해소한 점이 주효했다고 풀이했다. 환전 수수료 면제는 물론 해외 결제 및 ATM 출금 수수료 지원, 결제 시 부족한 외화를 자동으로 충전 후 환전하는 자동 환전 등 다양한 기능이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외환 서비스 소비자들이 환전 수수료 우대를 위해 각종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며 발품이나 손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하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외화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투기 악용·비용 전가’, 잇따른 우려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토스뱅크의 수수료 무료 혜택 등이 선량한 소비자가 아닌 일부 투기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수시로 변화하는 환율의 특성상 환율이 떨어졌을 때 샀다가 올랐을 때 팔기를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출시 직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약 900만원의 원화를 가지고 외화 매입과 매도를 반복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토스뱅크의 월 환전 한도가 입출금 각각 30만 달러(약 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환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토스뱅크가 당초 매매기준율 자체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면제 ‘착시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달러화 기준 여타 은행과 토스뱅크의 매매기준율은 같거나 1월 이내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 측은 “고객의 외화예치금을 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서 그 수익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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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모시기’ 위한 역마진 감수? 피해는 또다시 소비자에게

토스뱅크를 비롯한 업계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환전 수수료 면제가 사실상 ‘수익 포기’에 해당하는 만큼 은행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다른 사업 부문의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소비자에게 외화를 팔 때 일정 스프레드 비용을 고시 환율에 붙여 해당 차익으로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데, 이와 같은 차익 실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환 서비스는 금융 기관 입장에서 ‘수익은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외환 상품의 헤지(현물의 가격변동 위험을 선물 가격변동으로 상쇄하는 거래) 비용은 평균 2.8%로 집계됐다. 수수료를 포기한 은행들은 100만원 상당의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2만8,000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5대 시중은행은 환전 수수료 전액 무료가 아닌 외화에서 원화로 환전할 때는 일정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 매매기준율이 아닌 송금받을 때 환율을 적용하고, 1%의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하나금융 트래블로그가 대표적 예다. 은행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송금받을 때 환율은 통상 매매기준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된다.

은행들이 이처럼 수수료 전액 면제가 아닌 일부 면제를 내세운 데는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짙게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달러를 매입해 오는 도중에도 환율은 수시로 변동하고, 현찰을 옮기는 수송료 등 다양한 비용이 든다”며 “역마진을 피하는 동시에 소비자 혜택을 얼마나 늘리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향후 외환 시장의 분위기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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