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규제당국, 홍채장사·폰지사기 논란의 ‘월드코인’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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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오픈AI 샘 올트먼 개발 월드코인 차단
생체 인식 데이터 처리, 높은 위험 수반한다 판단
3배 이상 치솟은 월드코인 시세, '거품론' 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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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인의 생체 인식 기기 ‘오브’/사진=월드코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한 가상화폐 ‘월드코인’에 대해 스페인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불충분한 정보 제공, 미성년자 데이터 수집 등의 우려에 따른 결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에서 월드코인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월드코인이 폰지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와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스페인, 월드코인 사업 3개월 중단 조치 명령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 데이터 보호국(AEPD)이 미성년자 데이터 수집과 정보 부족, 동의 철회 불허 등 민원 접수를 이유로 최대 3개월간 스페인에서 월드코인을 금지하는 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서 월드코인에 제재를 가한 건 스페인이 처음이다. AEPD 측은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에 따라 보호되는 생체 인식 데이터 처리의 민감한 성격을 고려할 때 높은 위험을 수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코인은 당사자가 정보 수집에 동의만 하면 전 세계 사람들의 홍채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다. 에스파냐 마르티 AEPD 이사는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월드코인에 대한 조치를 취했으며, 이 회사가 미성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특별한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니크 프레이비쉬 월드코인 데이터보호책임자는 “월드ID는 AI 시대에 인간성을 증명하기 위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안전한 솔루션임에도 (AEPD는) 해당 기술에 대해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AEPD와 협력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했지만 몇 달간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홍채 등록하면 무료 코인 드려요, ‘폰지 사기’ 논란도

월드코인은 올트먼이 2019년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신원인증 기계 ‘오브’를 통해 안구를 스캔하는 대가로 자체 가상화폐 ‘월드코인’을 1년간 76개(약 80만원 상당) 제공한다. 올트먼은 인공지능(AI)과 사람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시대에 대비해 식별 수단으로 홍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120개국에서 4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가입한 상태로, 최근 오픈AI가 영상 생성형 AI ‘소라(Sora)’를 공개한 이후 월드코인 시세가 3달러에서 약 1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다. 홍채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대가로 무상 지급받는 코인의 현금화 가치 폭등을 노린 유입세로 풀이된다.

그러나 월드코인의 개인정보 수집과 사용 등에 대해 전 세계에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 강력한 데이터 보호법을 갖고 있는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아예 출시하지 못했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월드코인 사용이 금지돼 있다. 지난해 케냐에서는 처음으로 운영 중단 명령을 받았고, 영국과 아르헨티나도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위원회도 월드코인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월드코인의 가격 급등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결제 기능을 갖춘 비트코인이나 전자투표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제공하는 이더리움 등과 달리 월드코인은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데다,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기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올트먼은 지난해 7월 월드코인을 발행하면서 노동력을 대체할 AI 시대에 인류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말했으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한 바 없다. 별다른 사용처가 없는 월드코인의 유일한 재원 조달 방안은 가격 상승을 통한 차익뿐이다. 이를 두고 금융 시장에서는 사실상 남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려는 ‘폰지사기’에 해당한다는 극단적 견해도 나온다. 올트먼 대표는 지금까지도 월드코인 발행 외에 기본소득 제공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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