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대만의 중국어교육과 소프트파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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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갈등 고조되는 가운데 민진당 12년 장기 집권에 성공
새 정부 인지도 제고와 국제사회 지지 얻기 위한 전략 필요
대만의 민주적 가치와 문화를 알리는 소프트파워 구축해야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월 차기 대만 총통으로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양안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당선자가 대만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라의 역사적 가치와 독창적인 아이디어, 특색있는 문화의 매력을 창출하는 소프트파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적극적인 글로벌 소통 전략은 새 정부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FILE PHOTO: People buy food items at a market in New Taipei City
사진=East Asia Forum

2000년대 들어 대만서원, 한학자료센터 등 소프트파워 강화

대만은 과거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의 식민지였으며 80여년 전에는 국민당이 중국 본토에서 건너와 지배하면서 토착민과 여러 나라가 혼합된 형태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다. 1990년대 들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국가가 늘어나자 대만은 소프트파워를 강화해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에는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대만어를 통해 중국의 전통 언어를 계승하기 위해서 ‘대만서원(Taiwan Academy)’을 창설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대만 정부의 한학(Chinese Studies)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만한학자료센터(Taiwan Resource Center for Chinese Studies)를 설립했다. 또 대만의 요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식 외교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으며 ‘대만미식전’을 아시아 최대의 먹거리 축제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반도체 연구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구성되는 라이칭더 정부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창당 38년 만에 ’12년 연속 집권’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민진당은 집권기간 내내 소통과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지난 2003년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의 국제 교류를 위해 대만민주주의재단(Taiwan Foundation for Democracy)을 설립했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대만의 민주 정치와 인권 문제과 관련한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계간지 ‘대만민주주의저널(Taiwan Journal of Democracy)을 창간했다. 이어 2005년에는 환태평양 국가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민주태평양연합(Democratic Pacific Union)을 결성했다. 퇴임을 두 달여 앞둔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국가정체성의 핵심은 ‘민주주의에 대한 포용’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그의 후임자인 라이칭더 당선자는 선거 직후인 지난 1월 13일 연설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헌신을 약속하며 민진당의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21년 중국어 보급과 대만 민주주의 확산 위해 TCML 설립

지난 2021년 대만 정부와 집권 민진당은 대만만의 특색을 살린 중국어 보급을 위해 대만중국어학습센터(Taiwan Center for Mandarin Learning, TCML)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에 있는 기존의 재외교육기관이나 외국국적 동포를 위한 지역학교 등과 연계해 TCML 66개소가 설립됐으며 오는 2025년 100개소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TCML 프로젝트를 ‘대만의 민주주의와 자유, 다양하고 혁신적인 문화를 공유하는 교육 모델’로 채택하고 독립국가로서의 자주성, 자유민주주의의 이상과 가치, 문화다양성과 최첨단 기술력을 확산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만은 자국이 가진 매력과 가치를 강조함으써 그동안 대만 사회가 성취한 역사·문화적 가치와 민주주의적 성과를 알리고 이를 통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양안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소프트파워를 강조한 소통 전략은 대만 민주주의의 매력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서구 국가와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려할 때 TCML은 대만의 글로벌 인지도와 위상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미국 외교관은 대만을 가리켜 “우리가 세계 다른 곳에 알리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는 사회로 성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현재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바티칸을 포함해 12개국뿐이다. 또한 국제연합(UN)이나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공식 회원국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의 대학교들과 협력에 중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중국어를 교육하기 위한 기관으로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 CI)을 설립하고 운영비의 20~3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이념적·정치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현재 많은 수의 CI가 폐쇄됐다.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대학에서 △대만 문제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파룬궁 논란 △인권 탄압 △정치적 자유 등에 대한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두고 반발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CI를 통해 교육을 가장한 선전활동을 하면서 캠퍼스 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심지어 학생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 의회 조사국(CRS)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미국 내 공자학원의 94%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CI의 교육활동에 개입됐다거나 스파이 활동이나 지식재산권 탈취 등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TCML, 최근 2년 새 미국·유럽·호주 등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

반면 지난 2년 동안 TCML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에 더 많은 센터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의 대학들도 새로운 TCML을 개설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TCML를 통한 국제사회 참여와 소통 전략이 대만의 국제적 입지를 확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만 정부도 TCML가 다른 국가의 정부, 대학, 국민들에게 대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CI가 직면한 논란에 비춰볼 때, TCML도 중국어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만의 가치와 자격, 자주성과 독립성을 홍보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TCML의 교재와 교육내용이 대만의 민주주의 활동을 알리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TCML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교과서 3종을 살펴보면 주로 인사, 호칭, 가족, 학교, 여행, 문화 축제, 음식, 여가 활동과 같은 일상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중국어 교재와 유사한 내용이다.

오히려 대만의 소프트파워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TCML의 중국어교육에 대만의 문화적 내용을 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문화원에서는 중국의 해외 문화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무용, 음악, 서예, 요리, 쿵푸, 전통 예술과 공예 수업 등 일반적인 문화 활동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TCML에서도 교육활동에 이러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면 외국인 학습자가 대만 문화에 친숙함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만의 민주주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비단 중국어뿐만 아니라 특색있는 대만의 문화 콘텐츠에 녹여내는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들어서는 라이칭더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풍부한 소프트파워 자본을 적극 활용해 대만을 중국과 차별화되는 최초의 중국식 민주주의 국가로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원문은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의 인문·예술·사회과학대학(College of Humanities, Arts and Social Sciences, CHASS) 연구 보조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에서 요약·발췌하였습니다. 원문의 주저자인 밍레이 왕(Minglei Wang)은 플린더스대학교 박사과정 재학생이며, 공동저자인 제프리 길(Jeffrey Gil)과 니콜라스 갓프리(Nicholas Godfrey)는 동대학 선임강사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aiwan’s soft power surg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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