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베트남,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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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업 급증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실업수당 수령자 늘어나면서 사회보험 재원에 타격 우려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대책 마련해야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베트남에선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실업자가 급증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퇴직 후 1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사회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회보험을 일괄 해지하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의 공공부조,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낮은 혜택

공적연금이나 사회보험 등에 가입한 베트남의 공식 부문 근로자들은 퇴직소득보험(retirement income insurance)을 실직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저축으로 인식해 왔다. 실제로 실업자들은 퇴직소득보험을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대비책으로 활용하면서 금융적인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베트남 경제의 수요를 증대시키는 등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사회보험을 조기에 수령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사회보험 재정에 타격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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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중상위소득국(upper middle-income countries, UMICs)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베트남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공공부조, 사회보험, 빈곤 퇴치의 세 가지 정책으로 구성되는데, 공공부조와 빈곤 퇴치 정책에는 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사용하며 사회보험은 공식 부문 근로자와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먼저 공공부조를 살펴보면 재정 규모나 지원 대상의 범위 측면에서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나 유사한 경제 수준의 국가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건강보험 보조금을 제외하고 GDP(국내총생산)의 약 0.66%를 공공부조로 지출하는 반면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는 약 1%, 남아시아 지역은 0.8%를 공공부조로 집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에도 격차가 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평균 경제활동인구의 40% 이상이 공공부조 혜택을 받지만 베트남은 경제활동인구의 20% 만이 혜택을 받는다. 이들이 받는 혜택은 1분위 계층의 월평균 소비 지출의 약 5% 수준으로 중하위소득국의 19~2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더욱이 베트남의 공공부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실질적으로 혜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퇴치 정책의 경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베트남에는 극심한 빈곤층이 존재하며 주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에 집중돼 있어 전문적인 관심과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보험 혜택받지 못하는 비공식 근로자 비중 커

사회보험은 고용주와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보험료가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중 실업수당 등 실업보험 지출이 증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퇴직소득보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게다가 사회보험은 비공식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그러나 베트남은 고용계약 없이 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체 근로자 중 비공식 근로자 비중은 약 76%로 집계됐으며 비농업 근로자 중에서는 55~6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이 지난 2021년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 역시 6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공식 근로자 부문의 경우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만큼, 2018년과 2021년의 차이가 비공식 근로자의 감소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농촌 지역의 비공식 근로자가 증가했다. 도시화가 비공식 근로자를 줄이는 데 기여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대도시를 중심으로 긱이코노미(단기 임시직)가 발전하면서 2040년에는 근로자의 약 43%가 비공식 근로자로 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이 개선되지 않고 공식 부문에서는 계약직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주와 근로자에게서 의무적으로 징수하는 보험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을 비공식 근로자까지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베트남 정부는 일부 비공식 근로자를 사회보험에 편입시키는 임의가입제도(voluntary contributory scheme)를 도입했지만 참여율은 저조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해당 제도에 참여한 근로자는 약 30만 명에 불과했다.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매칭 기여 방식(Matching contribution)을 도입해 더 나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베트남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퇴직소득보험의 재원으로 기여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여금 제도는 장기적으로 국내 투자를 위한 자본풀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재원 운용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매칭 기여금 등 재원 확보해야

국가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면서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조세지출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연계·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베트남 정부는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연금제도에 대한 심도깊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세수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최근 베트남은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8%로 인하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가가치세율 인하 조치를 원상복귀하는 만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같이 11~12%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부가가치세와 달리 개인에게 부과되는 소득세는 세율 인상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현재 베트남의 소득세 한계 세율은 35%로 이미 인근 국가에 비해 높은 데다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60%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소득세 징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베트남의 사회보장제도는 국가의 경제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동시에 경제정책을 강화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에 안주할 게 아니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베트남은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이 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비해 디지털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회보장제도는 설계와 서비스 제공에 있어 연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은 잠재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을 타겟팅하거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데 있어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문의 저자는 수와 렁(Suiwah Leung)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ANU)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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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 렁 교부/사진=ANU

영어 원문 기사는 Solving Vietnam’s social protection sustainability problem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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