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크레딧’ 복무 인정 기간 확대, 눈물짓는 미래 세대

pabii research
국가보훈부, 군 크레딧 제도 혜택 강화 방안 제시
국민연금은 '군 복무 추납 제도' 활용해 재정 메꾸기
연금 크레딧 부담, 수십 년 뒤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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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 인정해 주는 ‘군 크레딧’ 제도의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복무 인정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복무 기간 전체까지 늘려 사회적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국가보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19일 언론에 본격 공개했다. 군 복무 등 특수 상황에 놓인 국민을 위한 연금 제도가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크레딧 제도 확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악수’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군 복무 ‘인센티브’ 확대에 집중

크레딧 제도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를 보상해 주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정부가 연금 보험료를 대신 납부, 추후 연금 수령액 확대에 힘을 보태는 셈이다. 국가보훈부는 현재 복무 기간 중 6개월으로 제한되는 군 크레딧 인정 기간을 육군 18개월·해군 20개월·공군 21개월 등 전체 현역 복무 기간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지난해 10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이미 의결된 상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취업할 경우 군 의무복무 기간을 호봉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법은 의무복무 기간의 경력 인정 여부를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민간에 대해서는 군 복무 기간의 호봉 반영을 의무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권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참전영웅들이 보다 존중받을 수 있도록 유공 인정 기준을 재정립한다. 제1·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위험한 작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부상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보훈대상으로 인정,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보훈병원에서 먼 거리에 거주하는 보훈대상자를 위한 위탁병원을 연말까지 916개소로 늘리고,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라면 누구나 보훈병원, 군병원, 경찰병원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군인 대상 ‘추납 제도’도 재조명

군 크레딧 제도의 혜택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군 복무 기간에 내지 못했던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후 납부하는 ‘군 복무 추납 제도’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국민연금 추납 제도는 납부 예외나 적용 제외 기간 당시 발생한 보험료를 본인이 원할 때 납부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납부 예외 사례로는 실직, 이직, 사업 중단, 건강 악화, 군 복무 등이 꼽힌다.

해당 제도를 활용하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 10년 중 일부를 채울 수 있으며, 추납한 보험료 대비 2배가량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일례로 월급 300만원을 수령하는 직장인 A가 10년간(2021년 1월∼2030년 12월)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군 복무기간 2년을 추납할 경우, 2년 복무기간 추납 보험료는 648만원(300만원×9%×24개월)이다. 이후 A의 월 연금 수령액은 월 28만6,680원에서 월 34만6,92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이 같은 군 추납 제도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이 소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자금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군 추납 제도는 2020년 1,210명, 2021년 2,512명, 2022년 3,586명, 2023년 2,438명 등 다수의 신청자를 모으며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오명을 벗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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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아무리 모아도 ‘크레딧’이 빼간다?

한편 일각에서는 추납 제도를 통한 기금 확보가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정부가 연금 크레딧 제도를 통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이상,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크레딧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연기금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지출 시점을 크레딧 제도 이용자가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크레딧 비용의 본격적인 지출은 연기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2040년대 이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은 출산 크레딧 제도 운용에 2083년까지 총 199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 크레딧, 실업 크레딧 등 여타 크레딧 제도에 투입될 비용을 고려하면 부담은 한층 커진다. 현 정부가 수십 년 후 미래 정부에 고스란히 크레딧 제도의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금 크레딧 제도의 본질적인 취지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고, 연기금 재정을 확충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할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연기금 재정을 동원,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적 연금과 관련한 부담을 미래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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