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엔비디아에 밀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세계 3위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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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매출 기준 반도체 기업 순위 3위
인텔, 2년 만에 삼성전자 누르고 1위 탈환
반면 주가는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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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지난 2022년 반도체 기업 1위에 올랐으나,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 침체에 타격을 받는 사이 인텔에 선두 자리를 뺏겼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를 입으며 깜짝 실적을 달성한 엔비디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전년 1위에서 2계단 하락, 엔비디아 깜짝 2위

28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연간 매출은 443억7,400만 달러(60조원)로 집계됐다. 전년 670억5,500만 달러(90조7,000억원)와 견줘 33.8%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업계 상위 20위 업체 평균(-8.3%)보다 더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매출 순위가 3위까지 밀렸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로 도약한 기업은 미국의 인텔과 엔비디아다. 인텔은 전년보다 매출이 15.8% 감소한 511억9,700만 달러(69조원)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의 부진을 딛고 1위를 회복했다. 인텔은 그동안 중앙처리장치(CPU) 등 제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으나, 지난 2018년 삼성전자에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에도 업계 1위에 올랐지만 사상 초유의 업황 침체로 선두를 뺏겼다.

인텔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산업의 성장으로 지난해 매출이 133.6% 급등한 491억6,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8위에서 2위까지 단숨에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어 ▲퀄컴(309억1,300만 달러) ▲브로드컴(284억2,700만 달러) ▲SK하이닉스(236억8,000만 달러) ▲AMD(224억800만 달러) ▲애플(186억3,500만 달러) ▲인피니온(172억8,600만 달러) 등 순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0.6% 매출이 감소하며 업계 6위에 그쳐, 전년 4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 매출은 5,448억 달러로 전년 5,977억 달러 대비 9% 감소했다. 옴디아는 다만 “AI가 업계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이 부문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와 관련해서는 “AI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엔비디아뿐이 아니다”라며 “SK하이닉스는 AI가 촉진하기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통합된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을 선도하고, 다른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옴디아는 지난해 HBM 시장이 1Gb 환산 단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27%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도 150~200%로 성장세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집계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난해 2조1,617억3,600만 대만달러(91조1,8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2조2,638억9,100만 달러) 대비 4.5% 감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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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사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 실책 시인

앞서 지난 20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반도체(DS)부문장 사장은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근원적 경쟁력’이 흔들렸다고 시인한 바 있다. 메모리반도체 선두 기업으로 굳건했던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이 흔들리며 지난해 유례없는 반도체 시황 악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앞세워 고공행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경쟁사가 D램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입으며 지난해에만 약 15조원의 반도체 적자를 봤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는 여러 약점을 노출했다. 메모리는 HBM을 포함한 AI 반도체와 선단공정 개발경쟁력 측면에서 경쟁 업체에 밀렸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모바일 응용처 의존도가 높아 스마트폰 경기에 사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경 사장은 올해 각 사업부에서 강건한 사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메모리는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을 되돌리기 위해 12나노미터(㎚)급 32기가비트(Gb) D램을 활용한 128기가바이트(GB) DDR5 모듈, 12단 HBM3E(5세대)를 가장 먼저 양산할 계획이다. 고객 맞춤형 성격이 강해지는 HBM은 메모리사업부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사업부까지 개발 역량을 총집결해 한 팀으로 고객 요구에 대응할 방침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 공정을 통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안정적 양산을 시작으로, 핵심 고객과 함께 2025년 GAA 2㎚ 공정의 양산 준비에 착수한다. 자동차와 무선주파수(RF) 등 특수 공정의 향상도 도모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사업별 기술과 경쟁력을 높여, 각 사업이 독자생존 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시스템온칩(SoC)은 ‘엑시노스’를 비롯한 전략 제품의 경쟁력과 전장용 신사업 확대로 사업구조를 강화한다.

삼성전자, 장중 8만1,000원 터치, 10만 전자 현실화할까

반도체 매출은 추락했지만,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며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25% 오른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8만원을 넘긴 것은 2021년 12월 28일(8만300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오전 11시 전후로 상승 전환했다. 한때 장중 8만1,000원을 찍으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3월 중순만 해도 7만 원대 초중반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로부터 HBM 제품을 납품받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또,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도 삼성전자 매수세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호실적을 전망하고 있어 ’10만전자’도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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