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NYSE 출신 CFO까지 뽑았지만 연내 나스닥 상장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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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NYESE 출신 글로벌 기업 상장 전문가 '알렌산더 이브라힘' CFO로 선임
주력사업 수익성 악화에 연쇄 M&A로 매출액 규모 키우는 중
매출액 성장세로 상장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과거 쿠팡 사례로 美 투자자들 의구심↑
하나투어 M&A 매물로 나온 것이 야놀자 상장 변수로 작용할 수도

최소 10조원 가치로 나스닥 상장(IPO)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야놀자의 2023년 영업이익이 2022년 138억원 대비 121억원이나 줄어든 17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여기어때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 성장한 464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야놀자 3인 CEO는 합계 15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올해 상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초 공시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 배보찬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58억2천만원, 김종윤 대표는 85억1,600만원, 이수진 대표는 15억8천만원을 받았다. 김종윤 대표는 앞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도 323억원의 보수를 챙긴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인수한 이스라엘 기업간거래(B2B) 여행 솔루션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 덕분에 4분기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 주력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보면서도 경영진이 고액의 보수를 챙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실이 상장 심사와 해외 투자자들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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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 – 알렉산더 이브라힘 CFO의 야놀자 합류 소식/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CFO도 뽑았는데?

최근 야놀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알렉산더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지난 1999년 NYSE에 입사한 이후 상장 실무를 담당했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해외자본시장본부장으로 세계 각지의 기업을 NYSE에 상장시키는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이 야놀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NYSE 출신을 CFO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한 미국 시장 IPO 전문가 A씨는 “한국으로 치자면 한국거래소 경력직을 CFO로 앉힌 셈”이라며 “NYSE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상장 심사에 제약을 두지 않는 곳인데, 굳이 NYSE 출신을 데리고 온 것이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모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관예우’를 고려해 한국거래소 출신 임원을 채용한 바 있으나, 한국거래소는 거꾸로 전관예우 논란을 우려해 상장심의위원회 심사에서 미승인을 결정했다. 이후 재수 끝에 상장에 성공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 출신이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브라힘 CFO를 채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는 거래소가 원하는 방식의 기업 소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상장 주관사의 도움을 받지만, 야놀자는 회사 사정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가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적절히 조절해 기업 보고서를 쓰는 것이 상장 심사 통과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판단했다는 것이다.

A씨는 “상장 심사에 자신이 있었다면 굳이 NYSE 출신을 CFO로 모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신임 CFO와의 자세한 스톡옵션 계약을 알 수는 없지만, ‘크로스 보더'(해외 기업의 미국 시장 상장) 딜의 경우 상장 주관사 수수료도 만만치 않은 만큼 CFO에게 지급할 상장 성공 수수료를 감안하면 큰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임원 보수를 줄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올해 상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야놀자-최근-5년간-실적

주 사업 매출 정체에 M&A 없었으면 영업적자 났을 텐데, 임원 보수는 안 줄었다?

증권업계는 본 사업에서의 추가적인 성장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에서 연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확대해 온 것에도 주목한다. 지난해 11월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수한 ‘고글로벌트래블’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2023년 연간 합계 영업이익이 17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알려지자, 4분기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하기 전까지 사실상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GGT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가액으로 인수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GGT 인수가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2년 인터파크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했던 것보다 큰 금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2021년만 하더라도 매출액이 3,302억원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59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 17.9%를 기록하면서 당시 계획대로 ‘원톱 트래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경우 수익성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투자금은 M&A에 적극적으로 투입됐다. 야놀자 계열사인 야놀자클라우드는 2021년 글로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테이블의 지분 51%를 900억원을 들여 인수했고, 2022년에는 인터파크, 2023년에는 GGT를 연달아 인수했다.

그러나 야놀자의 주력 사업인 플랫폼 부문 매출액은 2021년 2,670억원에서 2022년 3,643억원, 2023년 3,753억원으로 정체돼 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매출액 성장을 견인한 사업부문은 클라우드 부문과 인터파크트리플 부문으로, 2021년에는 336억원에 불과했던 클라우드 사업이 GGT 인수 등과 맞출려 2023년 1,733억원으로 증가했고, 인터파크트리플 부문은 2022년 인수 후 1,370억원, 2023년에는 2,59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주 사업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연쇄 M&A를 통해 외형은 키웠으나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해외 오피스는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요원

야놀자의 해외 사무소 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 2019년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지난달 뉴욕 맨하튼에 50번째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5년 만에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에 50개의 해외 오피스를 연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설립한 뉴욕 오피스가 나스닥 IPO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 내다보지만,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해외 사무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간 야놀자 측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업데이트, 국내 여행을 넘어 항공 등 해외여행 서비스까지 강화해 견조한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경상연구개발비 등 증가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고 영업이익률 저하에 대해 답해 왔으나, 주력 사업 부문에서 영업 손실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보수가 고액으로 책정된 점, 해외 매출이 전체의 10% 내외에 지나지 않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놀자 측의 답변과는 달리 영업이익률 감소의 주원인이 막대한 임원 보수와 관리 부실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해외 오피스들 영업 실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출 성장 속도만으로는 투자자들 설득 어렵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보다는 매출 성장 속도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 야놀자 측의 IPO 전략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21년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2조원의 투자금을 아직 완전히 소진하지 않은 데다, 최근 수익성을 개선한 하나투어가 매물로 나와 있는 만큼 야놀자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재무제표상의 매출 증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국내 여행업계 1위 기업으로 지난해 4,116억원의 매출과 3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27.78%의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로, 업계에서는 약 3천억원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야놀자 관계자는 하나투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달 야놀자가 하나투어의 경쟁사인 모두투어 지분 4.5%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IB업계에서는 모두투어 인수 가능성을 활용해 하나투어 인수 가액을 낮추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자회사들의 영업 손실로 매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매출 성장 속도 이외에 다른 설득 요소가 없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야놀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209억원, 2023년에는 4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매출 성장 속도만으로 시장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 시 비교군으로 언급되는 부킹홀딩스의 매출대비 기업가치(PSR)는 약 5.5배다. 지난 2023년 야놀자의 매출액은 7,767억원이고, 하나투어를 인수한다고 해도 1조1,883억원이다. 5.5배의 PSR를 적용할 경우 야놀자 단독으로는 약 4조3천억원, 하나투어가 포함돼도 6조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역량으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외형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PSR에 추가되는 성장 속도 배수 효과 반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성장을 감안할 경우 업계에서는 PSR에 다시 2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지만, 과거 금융시장에 자금이 풍부하던 시절의 상황과 최근 금융경색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IB업계 관계자들은 2021년에 10조원 가치로 투자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비전펀드를 비롯한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3년간의 내부 IRR(투자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최소한 20조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내다본다.

IB업계 관계자 B씨는 “비전펀드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한때 IRR 45%를 기록하기도 했다”면서 “야놀자에서 최소한 20~30%대의 IRR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속된 M&A에 따른 매출 성장 속도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과거 쿠팡이 상장 후 기업가치가 급락했던 점에 비춰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수익성 대신 PSR을 믿어줄 가능성도 낮고, M&A 이외에 자체 역량에 따른 매출 성장이 정체된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답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공모가 35달러에 상장했으나 2024년 4월 약 50% 수준인 18.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주당 14달러까지 떨어지자 일부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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