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이란 추가 제재에 OPEC+ 감산까지, 국제유가 상승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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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란,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보복 공습 감행
美 옐런 장관,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 조치 시사
독일 등 서방 동맹국도 제재 조치에 동참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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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장관 “이란에 경제적 타격 줄 수 있는 추가 제재 고려”

1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춘계 총회에 참석해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습했고 가자 지구, 레바논, 예멘, 이라크 등지에 있는 무장단체를 후원하고 있다”며 “이란의 악의적 행동을 막기 위해 망설임 없이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제재할 것이며 이란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21년부터 이란의 테러 활동, 핵 개발 프로그램과 연계된 개인과 법인을 추려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천 건에 이르는 대이란 제재가 광범위한 적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대이란 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EU 회원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란의 드론 생산을 겨냥한 제재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도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EU가 대이란 제재를 연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강제 점령한 서안지구에 조성한 정착촌을 확장해 자국민을 이주시키고 있는데 팔레스타인이 이에 반발하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시리아·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 등을 지원해 이들의 이스라엘 공격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이에 미국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을 통해 이란에 이스라엘을 타격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은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공습을 시도했다.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대부분은 미국이 배치한 방어체계에 의해 격추됐지만 일부는 이스라엘 남부 공군기지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에 대해 이란에 보복하겠다”며 “현재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근 2년간 원유 증산으로 339억 달러 수익 올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으며 EU 등 다른 서방 동맹국이 동참할 경우 제재 수위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2년간 원유 생산량을 20% 늘려 현재 일 340만 배럴을 생산 중이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3.3%에 해당하는 규모로 OPEC 회원국 중에서 생산량의 증가폭이 가장 크다. 또한 이란은 지난해 1~9월 원유 수출로 339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2020년 전체 수익보다 두 배 많은 규모다.

이렇게 이란이 원유 공급을 늘리는 상황은 이란산 원유를 향한 기존 제재가 유명무실해졌음을 의미한다. 미 하원은 그 배경에 중국이 있다고 보고 지난 15일 이란-중국 에너지 제재법을 통과시키키도 했다. 해당 법안은 중국 금융기관이 이란산 원유 또는 석유제품 수입에 관여할 경우 중국 기관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 하원에 따르면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를 중국이 수입한다.

다만 이란산 원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행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만약 미 하원을 통과한 이란-중국 에너지 제재법이 시행되면 유가 상승폭은 배럴당 8.4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고유가 상황을 고려해 ‘이란-중국 제재법’을 표결에 부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금융사 ING는 “원유 제재가 추가된다면 이란 원유 수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결정에 따라 이란산 원유 공급량이 일 1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티그룹도 “현재 유가에는 이란·이스라엘 간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동 지역의 군사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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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이란 제재, 러시아 추가 감산 등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한편 지난달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회원국들은 국제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일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원유 감산 조치를 오는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감산 조처를 6월 말까지 연장해 산유량을 일 900만 배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월 사우디는 원유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확대한다는 기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가 기대 밖의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러시아는 원유와 정유 수출량을 50만 배럴 줄였다. 이후 2분기에는 추가로 일 47만1,000 배럴을 줄이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러시아는 원유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올해 말까지 전체 산유량을 일 950만 배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쿠웨이트, 알제리, 카자흐스탄, 오만, 이라크, 아랍에미리트도 1분기의 자발적 감산을 2분기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폭등했지만 이후 미국이 생산을 늘리고 세계 경제 성장도 둔화하면서 8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당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OPEC+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유가를 떠받쳤다. OPEC+가 2022년부터 지금까지 줄인 원유 생산량은 세계 하루 소비량의 5.7% 수준인 일 586만 배럴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2분기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조치로 오는 6월 전체 산유량은 일 900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특히 대이란 제재와 러시아의 추가 감산은 당초 시장이 예상치 못하던 조처로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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