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미발행 굴욕 잊었나” NF3사업부 매각 나선 효성화학, 자금 위기에도 ‘고자세’ 유지

pabii research
재무건전성 악화에 위기 맞은 효성화학, 사업부 매각으로 자금 메꾸나
부채총계 3조원 이상, 회사 채무 '연대책임'이 매각 최대 고비
위기 상황에도 '고자세' 유지? "거래 성사 불명확, 리스크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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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이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압박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잇따른 적자로 재무안전성이 악화한 탓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효성화학은 특수가스(NF3)사업부를 쪼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조달 다각화를 이루려 노력 중이나, 매각 과정에 각종 장애물이 산재해 있어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추진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49%의 매각을 주관하는 UBS와 KDB산업은행은 이날 IMM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을 숏리스트로 선정해 개별 통보했다. 해외 운용사 2곳도 포함됐는데, 그중 한 곳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숏리스트를 확정해 통으로 발표한 건 아니고, 각 운용사에 개별적으로 통보해 ‘끝까지 완주할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완주 의사를 확인하고 나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예비입찰이 예상보다 흥행한 만큼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가치는 최대 7,000억원,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3,500억원 수준이었지만 흥행이 이어지면서 4,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기관들이 유리해졌다.

다만 채무 연대 보증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행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상법 제530조의9에 따르면 분할 또는 분할 합병으로 인해 설립되는 회사나 존속하는 회사는 채무에 관해 연대해서 변제할 책임을 지닌다. 특수가스사업부 역시 효성화학에서 물적분할되더라도 막대한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효성화학의 부채총계는 3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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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미발행 굴욕 겪은 효성화학, 이번엔?

결국 효성화학의 자체 리스크가 사업부 매각 과정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효성화학의 재무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연속 적자를 냈다. 효성화학의 2022년 말 연결기준 특수가스사업부의 결손금은 2,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고, 2023년 말에는 6,210억원으로 결손금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도 급격히 악화했다. 2021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09.5%로, 당시에도 이미 높은 수준이었지만 1년 만인 2022년 말에는 2,631.8%로 5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말엔 4,934.6%로 무려 5,000%에 육박했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순차입금 부담이 자기자본 619억원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과 회사채 흥행 실패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일제히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강등했다. 이렇다 보니 효성화학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었고, 결국 효성화학은 지난 9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공모에서 주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산업은행에서 인수하기로 한 7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가 떠안게 됐다. 대표 주관사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00억원씩 인수했고, 신영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 50억원씩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리도 희망 금리밴드(연 6.5~7.5%)의 최상단인 연 7.5%로 정해졌다. 사실상 사업부 매각이 희망의 끈인 만큼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효성화학 차원에서도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업계의 조언이 나온다.

매각 과정에 거듭 ‘고자세’, “산재한 장애물 생각해야”

문제는 매각 과정에서 효성화학이 거듭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거래는 투자자들이 거래구조와 대상, 조건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효성화학이 투자 제안 요청서에 이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소수지분(최대 49%)의 매각으로만 확정 지었고, 이사회 구성에서도 회사가 과반 이상을 지명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효성화학이 제시한 구조에 따르면 투자자와 회사는 기업공개(IPO) 전까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자율적으로 구조를 제안하란 언급 없이 회사 측에서 제시한 빈칸만 채워서 오란 식의 제안서는 상당히 당황스럽다”며 “사정이 굉장히 급박한 상황에서 알짜 사업 매각에 나서는 입장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효성화학이 M&A 과정에서 고자세를 거듭하는 건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 추진된 효성캐피탈 매각 당시 효성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2년이 지나기 전까지 효성캐피탈 지분(97.5%) 전량을 외부에 매각해야 했다. 2019년 효성캐피탈 매각이 공식화할 당시 효성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1배 수준에서 매각을 추진했는데, 주관사 교체를 거듭하며 가격 폭을 PBR 1.3배까지 올렸고 PBR 0.7배 수준에서 검토하던 투자자들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후 거래는 결국 PBR 1배 수준을 인정한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ST리더스PE)를 원매자로 선정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효성화학 입장에선 일종의 내재된 자신감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거래 환경은 이전과 비할 데 없이 척박하다. 매각 과정에서 PEF 운용사가 대거 참전한 건 맞지만, 이는 운용사들이 대형 M&A 거래의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 성사를 장담하기엔 시기가 이르단 의미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듯 분할 신설하는 회사가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악재다. 거래 성사까지 적잖은 장애물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회사채 미발행 굴욕을 효성화학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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