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에 밀리는 국산 게임, 업계선 ‘규제 완화’ 강조하지만 “근원 문제는 만듦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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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리 꿰찬 중국산 게임들, 원인은 '규제'?
엄격한 규제 이어가는 중국, 업계 가로막는 장애물의 실체는
"지나친 정부 탓은 책임 회피, 게임 업계 '원죄'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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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게임 ‘버섯커키우기’/사진=조이나이스게임스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산 게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엔 중국산 게임이 국산 게임 대비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는 한국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게임 산업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시각을 내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 탓만 해선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거듭된 투자를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중국산 게임 대비, 만듦새가 아쉬운 국산 게임이 부진한 건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다.

국산 게임 부진한데, 하나둘 자리 잡는 중국산 게임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 순위에서 상위 5개 게임 중 과반이 중국 게임이다. 특히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건 올해 1월께 등장했던 ‘버섯커키우기’다. 버섯커키우기는 중국 조이나이스게임스가 출시한 방치형 RPG(역할수행게임)로,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중독성 있는 컨텐츠를 내세우며 출시 후 보름 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까지 접수하며 리니지M·W, 오딘 등 인기 국내 게임을 모두 제치며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산 게임이 한국 양대 앱 마켓에서 1위를 동시에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더 바빠지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 니즈에 버섯커키우기는 딱 맞아떨어진 게임”이라며 “게임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고 언제든 편하게 다시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버섯커키우기 외 중국 퍼스트펀이 제작한 ‘라스트워: 서바이벌’, 센추리 게임즈의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도 인기를 얻으며 중국 게임이 흥행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이 외자판호(유통허가증)를 발급하기 시작한 2022년 12월부터 총 15개의 게임을 수출했다. 대표적인 게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나라:크로스월드’와 ‘A3:스틸얼라이브’,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진출행렬 속에서도 흥행작은 딱히 나오지 않았다. 실제 이들 게임 중 출시 3개월 이후에도 중국 내 매출 20위권을 지킨 게임은 ‘메이플스토리M’ 하나뿐이다.

규제가 문제라는 업계, “중국은 규제도 속도 조절”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 게임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원인을 업계는 규제에서 찾는다. 중국 정부는 규제를 철폐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한국은 완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중국은 지난해 내놨던 온라인 게임 규제 예고를 전면 삭제한 바 있다. 당초 중국은 게임머니 충전을 장려하는 프로모션의 금지, 게임머니 일일 충전 한도 설정, 확률형 아이템 제한 등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통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겠단 취지로 규제 도입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한발 물러선 데 업황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 게임 산업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규제 강화로 인해 2022년 매출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중국 음수협게임공단(GP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게임 산업 매출은 3,024억6,400만 위안(약 5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었다. 전체 외형이 늘어난 셈이지만, 막상 해외 성과를 줄었다.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도 지난해 163억6,600만 달러(약 22조원)로 전년보다 5.7% 감소했고, 중국 내 게임 인구도 지난해 6억6,809만 명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규제가 발표된 이후엔 중국 게임·클라우드 업체인 텐센트의 주가가 16%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결국 게임 산업 위축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이 발을 뺀 셈이지만, 국내 업계에선 “업황을 살피고 정책에 속도 조절을 가하는 건 업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고, 정부의 관심이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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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탓만 해선 안 돼, 완성도부터 끌어올려야”

한편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게임규제법을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게임사업법’에 대해 볼멘소리가 많다. 정부가 게임 경쟁력을 약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시선에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가 P2E(Play to Earn) 게임을 전면 금지한 데 대해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P2E 게임이란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을 결합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게임을 뜻한다.

게관위는 P2E 게임이 지나치게 사행적이란 이유로 국내 서비스를 금지했지만, 업계에선 “지나치게 고정적인 규제가 역차별과 기술력 저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력 있는 게임을 개발해도 규제로 인해 시장에 나올 수 없는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뛰어들겠나”라며 “게임 산업 역사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게임을 부정적이고 사회악의 축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진흥책 수립에 앞서 인식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고 일갈했다.

다만 일각에선 게임 업계의 ‘정부 탓’은 지나친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 요인은 정부 규제가 아니라 ‘만듦새’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 게임의 품질은 근래 들어 꾸준히 향상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중국 게임사들이 개발인력을 투입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특히 서브컬쳐 계열의 모바일 게임은 중국 게임이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서브컬쳐 게임을 살펴보면 ‘붕괴3rd’, ‘붕괴: 스타레일’, ‘원신’, ‘명일방주’, ‘소녀전선’, ‘퍼니싱: 그레이레이븐’ 등 대부분이 중국산 게임이다. 그나마 국내에선 넥슨게임즈의 대표작 ‘블루아카이브’가 선방했지만, 거듭 완성도 높은 게임을 쏟아내는 중국 게임사의 물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게임 시장이 규제 완화와 정부의 관심 아래 성장했다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 중국 당국의 게임 규제도 국내 못지않게 엄격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 게임사들 중에서도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주요 전략으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텐센트는 지난 2011년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한 뒤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도약했고, 미호요는 상술한 ‘붕괴3rd’, ‘원신’ 등을 중심으로 확장성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국산 게임과 중국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국산 게임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은, 국내 게임 업계의 부진을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음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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