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업계에 불어든 감원 칼바람, 한샘·에넥스 등도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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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구업계 실적 악화 기조 본격화, 감원 이어져
빌트인 가구 담합하다 '931억원' 과징금까지 짊어져
미국 등 글로벌 가구시장에서도 정리해고·폐업 사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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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분양가 급등 등으로 부동산 수요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 가구업계가 줄줄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부동산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며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한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드리운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글로벌 가구업계 전반이 한동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직원 줄줄이 자르는 가구업체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감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수요 부진으로 인해 얼어붙은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소비자마저 지갑을 닫으며 실적이 악화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인테리어·가구업계는 부동산 경기 상황에 실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1회 구입 후 교체 주기가 긴 인테리어 및 가구 제품의 특성상 결혼·이사 수요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국내 가구 1위 업체 한샘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2,188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2,540명) 대비 13.8%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회사가 지급한 연간 급여총액은 1,514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25.5%나 급감했다. 한샘은 감원 및 비용 감소를 발판 삼아 지난해 영업이익 19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에넥스와 사무용 가구업체 코아스도 최근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지난해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넥스의 직원은 2021년 283명에서 지난해 200명으로 줄었다. 30억원의 적자를 본 코아스 역시 같은 기간 직원을 273명에서 193명까지 감축했다. 가구·인테리어 업체의 실적이 속수무책으로 악화하고 있다.반면 대형 가구회사 중 현대리바트와 퍼시스 등은 불황에도 직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철퇴’까지

이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구 업체들에 부과한 대규모 과징금 역시 시장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다.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빌트인 특판 가구 입찰 가격을 담합한 현대리바트와 한샘 등 가구 제조·판매업체 31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문제가 된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와 붙박이장과 같이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비용은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빌트인 특판 가구를 구매할 때 통상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한 뒤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한다. 이 과정에서 리바트와 한샘, 에넥스 등 31개 가구업체는 이 과정에서 2012~2022년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738건 특판 가구 구매입찰과 관련해 낙찰 예정자와 낙찰 순번, 입찰 가격 등을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의 매출액은 1조9,457억원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부분 금액을 낙찰 예정자나 순번으로 정해진 업체들이 수주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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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가구업체들은 주사위 굴리기나 제비뽑기, 선영업 업체(샘플하우스 건립 업체) 우대 등의 과정을 거쳐 낙찰 예정자를 결정했다. 합의된 낙찰 예정사는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수령된 견적서와 동일하거나 상향 조정한 가격으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했다. 낙찰 확률을 높이거나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낙찰 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 가격만을 합의하기도 했다.

미국 가구업계도 감원·폐업 ‘폭풍’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혹한기’를 맞이한 것이 한국 가구업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 가구계 아마존으로 불리는 미국의 온라인 가구업체 웨이페어(Wayfair)는 전체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1,65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자를 중심으로 감원을 실시, 비용을 절감하고 사무실 근무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웨이페어는 해당 감원 조치를 통해 연간 2억8,000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가구 시장에서는 감원이 아닌 폐업을 선택하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에 본사를 두고 31년 동안 운영된 가구 매장인 소파스 언리미티드(Sofas Unlimited)는 지난해 3월 30일 폐업을 발표했다. 같은 달 1954년부터 운영돼온 가구 제조업체 크리에이티브 메탈 앤 우드(Creative Metal and Wood), 가구 소매업체 엔비 리브먼(NB Liebman) 등도 폐업 수순을 밟았다.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가구업체 클라우스너 홈 퍼니싱(Klaussner Home Furnishings)은 지난해 8월 급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고, 예상치 못한 폐업으로 9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 클라우스너 홈 퍼니싱 측은 웹사이트에 게시한 공지를 통해 “대출처가 예기치 않게 운영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실내 장식 제조업체이자 상위 100대 소매업체인 미셸 골드&밥 윌리엄스(Mitchell Gold & Bob Williams) 역시 같은 달 문을 닫고 모든 직원을 해고했으며, 자금 지원이 중단된 후 파산법 제11장(Chapter 11)에 따른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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