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우회해 지원사격 퍼붓는 롯데 계열사들, 급한 불 끈 롯데건설 ‘산 넘어 산’

pabii research
호텔롯데·롯데물산, 롯데건설 대상 자금 지원 착수
자금보충약정 앞세워 채무보증 제한 제도 우회
급한 불 끄니 수익성·이자 비용 난관, 롯데건설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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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가 롯데건설 등에 자금 지원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자금보충약정 활용 등으로 공정거래법 제재를 우회하며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롯데건설이 각 계열사의 지원 끝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롯데건설이 부딪힐 ‘난관’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건설로 몰려드는 ‘계열사 자금’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의 자산유동화 단기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설립된 SPC 샤를로트제일차와 샤를로트제이차의 일부 차입금(9,000억원)과 관련, 선순위 대주사인 우리은행,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에 이자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자금보충약정은 채무자의 여신 상환 능력이 감소했을 때 제3자가 출자 또는 대출 방식으로 채무자 자금을 보충해 주는 약정을 일컫는다.

호텔롯데는 올해 2월에도 이사회를 통해 프로젝트샬롯에 후순위대출약정 제공과 선순위·중순위대출 이자에 관한 자금보충약정을 결의했다. 프로젝트샬롯은 롯데건설 사모사채를 매입하기 위해 존재하는 SPC다. 올해 3월엔 롯데건설 전자단기사채를 매입하는 SPC 람다제일차에 이자자금보충약정을 결의하기도 했다.

롯데물산도 적극적으로 롯데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물산은 롯데건설 차입금과 관련한 대주사 하나은행에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샤를로트제일차와 샤를로트제이차의 일부 차입금과 관련해 선순위 대주사인 한강국내일반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1호,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증권에 이자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울러 프로젝트샬롯의 선순위·중순위 대주의 프로젝트샬롯 차입금과 관련해서도 이자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공정거래법 제재 없이 해외 계열사까지 지원?

호텔롯데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투자한 상당수의 해외 법인이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다. 미국 자회사인 롯데호텔 뉴욕 팰리스와 롯데호텔 시애틀은 지난해 596억원(약 4,325만 달러), 1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리조트 법인인 롯데호텔 아라이는 120억원, 유럽 투자사인 롯데유럽인베스트먼트도 99억원(약 718만 달러)의 손실을 떠안았다.

해외 계열사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는 가운데, 호텔롯데는 자금보충약정을 통한 재무적 지원 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롯데호텔유럽홀딩스(LOTTE HOTEL HOLDINGS EUROPE B.V.)는 최근 KB증권 주관으로 1억2,500만유로(약 1,800억원) 규모의 외화 대출을 받았는데,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호텔롯데는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며 신용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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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호텔롯데를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원사격’ 과정에서 채무보증 제한 제도를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 측이 현행법상 제재가 어려운 일종의 꼼수를 활용해 각종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4조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제외)는 채무보증을 하면 안 된다. 롯데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채무보증 규제 적용 대상이다. 이에 롯데호텔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SPC를 앞세워 채무보증이 아닌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했다.

롯데건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계열사들이 제재를 우회하면서 쏟아부은 자금 지원이 대부분 롯데건설로 향했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겪어왔다. 단기 금융 시장 악화로 인해 어음 및 사채 연장에 난항을 겪은 탓이다. PF 우발채무는 시행사를 대신해 건설사가 지급 보증을 선 자금으로, 보통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고 금리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쏟아지며 차입금이 급감했고, 롯데건설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건설 차입금은 2조8,028억원(약 20억3,400만 달러)으로, 2022년 말 대비 1조881억원 줄었다. 부채총계는 2022년 6조9,537억원에서 지난해 6조2,157억원으로 10.61% 감소했다. 부채비율 또한 2022년 말 265%에서 지난해 말 235%로 30%p 급감했다.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따지는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41%에서 지난해 32%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롯데건설이 수년간 수익성 악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595억원으로 전년(3,608억원) 대비 28.08% 급감했고, 영업이익률도 전년 6.1%에서 2023년 3.8%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하는 가운데, 외부 자금 수혈이 늘며 이자 비용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의 이자 비용은 2021년 284억원, 2022년 827억원, 2023년 2,030억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이자 비용은 롯데건설 영업이익(2,595억원)의 약 80%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향후 추가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위험이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2022년 12월부터 롯데건설의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커지게 되는 만큼 롯데건설의 향후 성장 관건은 수익성 확보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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