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지역 중심’ 도심활성화사업 ② ‘지방시대’ 꾀하는 韓, “배울 건 배워야”

성과 보인 佛 도심활성화사업, “생활인구 15%·부동산 거래량 17%↑” “같은 위기·다른 결과”, 쇠퇴 못 면한 韓과 활기 넘치는 佛 ‘지방시대’ 실현하겠단 韓 정부, 실패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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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지방 쇠퇴가 심화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나, 프랑스는 지역 중심 도심활성화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 프랑스는 4년간의 1차 사업을 통해 사업 대상지 생활인구 15% 증가, 부동산 거래량 17% 증가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였다. 그간 우리나라는 정부 중심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실패를 끊임없이 목도해 왔다. 프랑스의 전략을 취사선택에 사업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도시 인기 끄는 佛, 비결은?

국회는 ‘프랑스의 지방 중소도시 활력 증진을 위한 도심활성화사업’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도심활성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국회는 “2018~2022년 동안 도심활성화사업에 참여한 234곳 중소도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경쟁력 개선에 도움을 받았다”며 “구체적으로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 도심의 상업·업무·서비스 기능 회복, 무분별한 외곽 확산 중단, 도시의 녹화 및 경쟁력·회복력 강화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도심활성화사업 대상 중소도시 지역의원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해당 사업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91%에 달했다. 추진된 세부사업이 지역 실정에 부합했다고 평가한 비율도 무려 99%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지역 주도 맞춤형 사업이 지닌 강점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특히 인구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내에선 대도시보다 오히려 인구 10만 명 미만의 여러 개 중소도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프랑스 싱크탱크 La Fabrique de la cité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활발해짐에 따라 리용, 보르도, 마르세유 등 대도시보다 발랑스, 캥페르, 오를레앙 등 인구 2만~10만 명의 중간 규모 도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지가 상승 및 인구 집중 현상이 대도시와 비견될 만큼 이뤄진 경우도 발생했다.

관광자원 개발 나선 佛, 지역 활성화 도움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 관광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는 미식 도시 ‘투르’가 있다. 투르는 파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이동적 편의성과 더불어 중세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골목길과 광장 등 관광자원 개발에 긍정적인 요소가 다수 포진돼 있었다. 이를 이용해 프랑스는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 미술관과 같은 예술 명소를 집중시키는 등 전략을 활용해 투르를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최초의 다전거 도시로 꾸며졌다. 특히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알자스 와인 로드가 스트라스부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됐다.

‘리옹’은 도시 곳곳을 잇는 좁은 골목 통로인 트라불(traboules)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이용했다. 프랑스는 증강현실 체험 애플리케이션 ‘트라불(Traboules)’을 활용해 리옹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상, 실현해 냈다. 리옹을 관광지로서 더욱 유명해지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푸트코트다. 대표적인 게 푸드코트 라 코뮌(La Commune), 히트(Heat), 푸드 트라불(Food Traboule), 푸드 소사이어티(Food Society) 등이다. 프랑스는 이외에도 잔 다르크 등 위인을 배출한 ‘루앙’, 유서 깊은 와인 산지를 보유한 ‘디종’, 독특하고도 다채로운 목골 가옥이 가득한 ‘바욘’ 등 도시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지역 활성화를 꾀했다.

프랑스 투르/사진=Tripadvisor

경쟁력 있는 ‘소도시’, 도심활성화사업의 목표는

프랑스 중소도시 시가지의 풍경은 마치 화보와도 같다. 푸른 잔디 길을 트램이 지나고 광장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또한 쇼핑을 즐기는 이들로 상점은 붐비고 카페에 모인 이들은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이런 ‘영화와도 같은’ 풍경은, 사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다. 인구 소멸의 위기는 선진국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운명과 같았으나, 프랑스는 주차장 같던 광장과 도로, 텅 빈 상점가를 오늘날 활기찬 거리로 만들어 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도심활성화사업이 빛을 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위기를 겪었던 프랑스의 지방 도시는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와 달리 지역민과 관광객으로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지방 도시 앙제는 인구가 3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다. 그러나 앙제는 취업 자리는 물론 자연, 문화, 역사, 교육기관, 소비나 오락 시설 등이 균형 있게 공존해 있다. 앙제 역시 한때 중소도시의 위기를 겪었지만 도시재생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매년 ‘살기 좋은 마을’ 1위에 이름을 올린다. 프랑스의 지자체 중심 도심활성화사업이 지닌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심 시가지가 번화하기 위해선 근거리에 반드시 소비 인구가 거주해야 하는데, 프랑스는 이 지점을 명확히 짚어냈다. 이에 대해 국회는 “프랑스가 짚어 낸 주택 정책, 지자체 주도의 토지정비개발, 지방 정치가와 의회, 행정의 협력 등은 보고 배움직하다”며 “프랑스가 이끌어 온 지역 매니지먼트의 실제를 우리 지방 도시가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 발전에 관한 특별볍’을 제정하면서 중앙집권형 균형발전정책에서 지역 주도의 분권형 지역발전사업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해 둔 상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정부의 목표 의식이 엿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어 온 우리나라의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실패와 프랑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보다 실천적인 전략을 구상해 낼 필요가 있다. 특히 프랑스의 도심활성화사업은 지역이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쇠퇴하는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우리나라 또한 이 같은 방향성을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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