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엔저·대규모 경기 부양까지, 글로벌 PE·VC ‘피난처’ 된 일본

pabii research
지난 3년간 일본 PE 거래에 외국인 투자자 관여 비중 연평균 60%
중국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투자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일본
올 3분기 엑시트 건수도 미국, 중국보다 높아

최근 위험 회피 성향 LP(출자자)들이 일본의 사모펀드(PE) 및 벤처캐피탈(VC)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에 불안을 느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으로 ‘대피’하면서 일본의 PE 및 VC 거래에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VC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2023년 9월 30일 기준), 주: 외국인 투자자 거래 금액 지분(네이비), 외국인 투자자 거래 건수 지분(민트)/출처=PitchBook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 환경의 일본

지난 5일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이 발표한 ‘2023년 일본 PE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PE 거래에 관여한 비중은 연평균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 엔화 가치 또한 낮은 수준을 형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대거 끌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지난 11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총 21조8,000억 엔(약 197조2,397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외국인 투자자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현재, 일본 PE 시장은 총 226억 달러(약 29조8,218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일본 VC 생태계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 시장은 미국, 중국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데도 불구, 2022년 기준 전체 일본 VC 거래 금액의 54.5%가 해외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중국의 대안 투자처로 부상?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거시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중국을 대신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는 대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이디 가오(Kaidi Gao)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현재 미국과의 패권 경쟁, 경기 침체, 첨단 산업 탄압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중국에 기반을 둔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투자금은 곧바로 일본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카이디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 불안으로 한국의 PE 시장 생태계도 덩달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약간의 관심은 받고 있으나, 미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현지화돼 있는 만큼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반면 싱가포르와 인도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며 “실제 세계거래소연맹(WFE)의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11월 말 홍콩을 제치고 세계 7위 규모로 주식 시장이 성장했으며, 이는 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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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모펀드 시장 엑시트 추이(2023년 9월 30일 기준), 주: 거래 규모(네이비), 당해년 거래 규모(민트), 엑시트 건수(옐로우), 당해년 엑시트 건수(오렌지)/출처=PitchBook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 속에서 올해 일본의 엑시트(투자금회수) 환경도 여타 국가 대비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본은 19건의 엑시트가 완료됐는데, 이는 분기별 일본의 PE 엑시트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아울러 일본은 올해 가장 높은 투자금 대비 엑시트 유치금 비율을 기록했다. 이에 피치북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미국에선 PE들의 엑시트 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에 있어 2023년은 역사상 최다 엑시트 수를 기록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일 스탠포드(Kyle Stanford) 피치북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일본은 글로벌 매크로 투자자들의 피난처였다”면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해당 기간 일본은 미국, 중국 대비 비교적 높은 엑시트 추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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