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한국투자금융지주, 주주환원 인색하다 볼멘 목소리에 ‘성장’ 강조하며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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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주총에서 주주환원 불만 목소리 내는 주주에게 진땀
밸류업 기조에도 올해 배당은 지난해 수준, 반면 김남구 대표는 300억원 배당 수령
성장 위해 자본 필요하다면서 경쟁사처럼 특수관계인 차등 배당 안 한다는 불만도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빌딩에서 열린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투’) 주주총회에서 한 소액주주가 다른 금융사들과 한국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을 놓고 한투 경영진을 질책했다.

모든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됐으나, ‘주주환원’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한투는 업계에서 배당이 짠 주식으로 유명하다. 이날 소액주주는 “메리츠증권은 주주환원율이 50%고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도 다 주주환원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며 “웬만한 은행금융지주도 올해 들어 30%를 넘겼는데, 한국금융지주는 왜 이렇게 주주환원에 인색하느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올해 밸류업이다 뭐다 해서 시장이 바뀌고 있는데, 적어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며 “증권업을 주 업으로 하는 금융지주인데, 주주환원에 대한 인색한 기조를 바꾸거나 장기 계획을 발표할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투 김남구 대표는 “충분히 드리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장기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선 회사의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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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배당 안 하는 한투, 밸류업도 그냥 지나가나

한투는 올해 주당 2,65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2,300원)보다는 소폭 오른 수치지만, 앞서 한 소액주주가 주장한 대로 경쟁사 대비 배당액은 크게 낮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증권사들 대부분이 고금리에 따른 업황 악화로 배당이 적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한투의 배당 성향이 더 논란이 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투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458억원이었으나, 올해는 8,845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1년 회계년도에는 1조5,2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주당 6,150원의 배당을 했다. 주주들은 지난 3년간 배당 성향을 감안할 때, 올해 최소한 주당 3,000원은 넘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주주들의 기대심리가 컸던 데는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 당국의 기조에 따라 올해 주총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각종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한투 김남구 대표는 올해도 기업 성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투는 지난해 주당 55,0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이달 초 75,000원까지 올랐던 부분이 있는 만큼, 기업 성장을 통한 주주 환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메리츠금융지주는 주가는 주당 38,000원대 박스권에서 이달 들어 85,000원까지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주당 6,300원대에서 지난달 9,200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주요 경쟁 증권사들이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기조에 맞춰 배당을 지급하는 만큼, 시장에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쟁사들은 특수관계인에 차등 배당, 한투는 김남구 대표 배당 300억원

더 논란이 됐던 이유는 지난해 배당액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동안 김 대표가 받은 배당금은 26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투 지분의 20.7%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소폭 배당액이 오른 만큼, 올해도 김 대표에게는 305억원가량의 배당이 책정됐다. 일부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에 따라 최대 주주나 특수관계인을 배당에서 제외하거나 차등 배당을 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고, 한양증권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차등 축소 배당을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도 “성장을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자본 없이는 성장이 없다”며 “우리는 자본을 한 번도 허투루 투자하지 않았고, 회사를 성실히 키워내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을 토대로 한 지주사가 됐다”고 했다. 기업에 자본이 필요하다면 김 대표 본인도 차등 배당을 해야 했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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