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불확실한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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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 관계와 관련한 한반도의 긴장 최고조에 달해
김정은 위원장,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며 군사도발 강화
윤석열 대통령·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는 관심 없어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북한은 미국 본토 일부 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했다. 이어 같은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과 사망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양국 갈등이 심화됐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24년 현재, 2017년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북한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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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북한, 북방한계선 부정하고 한국을 ‘적대국’ 규정

지난 1월 16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이를 반영한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으로 명기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란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화해’, ‘동족’, ‘통일’ 등 공식문건에 명시한 남북 평화통일 원칙도 모두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회담과 남북교류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이 폐지됐다. 조만간 당 노동당 기구인 통일전선부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오웰식 인격 숭배와 세습독재를 이어온 북한에서 사실상 헌법의 존재는 유명무실하지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북방한계선을 부정하고 한국을 ‘제1의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면서 영토 주권을 빌미로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오래전에 한국과의 평화통일에 대해 어떠한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통일의 가능성을 지워버리면서 향후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전통적으로 북한이 구상하는 통일은 한국이 붕괴되고 신의주부터 제주도까지 김정은 정권이 이끄는 하나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유엔군과 미군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 인력을 한반도에서 영구적으로 추방하고, 느슨한 연방제의 형태로라도 비자유 전체주의와 견고한 민주주의 사이에 영구적인 연결조직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에서 어떤 지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고 다른 지역은 국가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하에서 친김 성향의 투표가 이뤄지는 상황이 양립할 수는 없다. 더욱이 사기업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의 관리하고 공정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한국과 북한이 정례적으로 현금과 자원을 주고받는 방식이 연방제에 가장 가깝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기간 휴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양국관계를 고려할 때 무리한 상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군사합의 파기 등, 핵무기 선제 타격 가능성 높여

북한은 현재 한국을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체결한 포괄적 군사협정인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이같은 입장을 강화해 왔다. 당시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발사하고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북한 국방성과 관영매체는 미군과 한국군을 겨냥해 연일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영토와 매우 가까운 서북 도서 일대에서 포격 훈련을 재개하면서 군사 도발을 감행했고 국경지역인 연평도 주민들은 인근 대피소로 피신해야 했다. 또한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선제 타격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한국이 군사인력이나 방어시설 등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이에 대응해 한국, 미국 등 적대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선제적으로 군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 상황을 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나 대북 정책에 있어 창의성이나 적극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현상 변화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실제 윤 정부는 집권 이후 통일부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과 같은 대북 매파인 김영호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하기 위해 최전방 부대에 정기적으로 발포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상황들이 조만간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보여주는 수사나 행동이 이전에 비춰 봤을 때 특별히 다르거나 비정상적이지는 않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으며 현재의 대북정책은 매우 일방적이며 단조롭다. 주요 동맹국인 미국도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기는 하지만 실제 주요 관심사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가장 친미적인 대통령으로, 그는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는 심각한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 등 동맹국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이나 2010년대 후반 문재인 정권의 ‘달빛정책(Moonshine Policy)’과 같은 유화 국면에서는 양국이 정치와 제도적 측면에서의 통일에 앞서 민간 부문과 경제 분야 협력을 우선하는 통일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은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고 미국과 동맹국에 대해 정기적으로 핵무기 개발과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통일 전략과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중·러와의 협력 확대, 트럼프 재선 가능성 등 영향

현재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두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다. 첫째, 현재 북한이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려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을 유엔의 강력한 징벌적 조치로부터 보호해 왔으며 북한 정권은 이들의 엄호 아래 새롭고 강력한 핵무기를 실험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방이 거의 없는 상황으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미사일과 군수품이 필요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미국도 경제 제재 조치를 중단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 왔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함에 따라 한국과 동맹국에 대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두 번째 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대북정책으로 채택했다. 취임 첫해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경제적·외교적·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강압정책을 추진했다. 2018년 들어 유연한 정책으로 전환해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3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에 실패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한미군의 감축과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했고 일각에서는 반복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장해 분담금 증액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한국인들의 반미 감정을 고조시켰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한국의 핵억지력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며 한국을 등한시하거나, 집권 초기의 최대 압박으로 돌아가 분노의 수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만큼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둘러싼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은 올해 한반도의 혼란을 야기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아리우스 데어(Arius Derr)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NU) 아시아태평양문제연구소 코랄벨스쿨(Coral Bell School of Asia Pacific Affairs) 박사과정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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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우스 데어/사진=ANU

영어 원문 기사는 Danger ahead as Kim and Yoon bury inter-Korean detent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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