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젖줄’은 중소기업? 중기 특화 지점 개점한 우리은행, 신한은 인터넷은행까지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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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효율화 나선 우리은행, 중소기업 특화 지점은 오히려 '추가'
특화 지점으로 출구전략 구성했지만, "신한은 중기 특화 인터넷은행도 준비 중"
중소기업 특화 추진 압박하는 금융당국, 신한은행에 호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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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승영 이사케이 대표, 유재영 유니트아이엔씨 대표, 김평수 삼보계량시스템 대표, 조병규 우리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민복기 우리은행 구로금천영업본부장이 18일 우리은행 서울디지털BIZ프라임센터 개점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점포 효율화를 위해 일반 점포를 줄이면서도 중소기업 특화 지점인 ‘BIZ프라임센터’는 추가 개설하는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우리은행 내 부문별 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중소기업 특화 채널에 집중함으로써 우량 중견·중소기업 고객을 모셔가겠단 취지다. 다만 우리은행의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신한은행이 중소 특화 인터넷은행을 노리면서 우리은행보다 한발짝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탓이다.

우리은행, 서울디지털BIZ프라임센터 개점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서울 구로 지역에 서울디지털BIZ프라임센터를 본격 개점했다. BIZ프라임센터는 지난해 7월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과 동시에 ‘기업금융 명가 재건’의 첨병 역할을 위해 탄생한 중소기업 특화 채널로, 이곳은 주로 산업단지에 입점한 기업에 △투·융자를 통한 자금조달 및 기업컨설팅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반월·시화를 시작으로 남동·송도, 창원·녹산, 대구·경북, 울산, 호남에 이어 이번에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 BIZ프라임센터를 잇따라 개설했다. 오는 25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도 판교BIZ프라임센터를 추가 오픈한다.

당초 우리은행은 점포 수 및 인력을 줄이는 등 효율화를 운영 기조로 설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점포는 지난 1년 동안 742곳에서 737곳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말 740곳이 됐다. 또 같은 기간 국내 근무 임직원 수는 1만3,918명에서 1만3,729명으로 189명 감소했다. 지점 운영 자체가 고정비용 등이 발생해 경영 지표 중 하나인 총이익경비율(CIR) 악화에 영향을 주기에 지점과 인력을 줄이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중기 특화 채널은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중소기업이 금융권의 주된 고객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 대출 부문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5조2,350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40.3%를 차지했다. 가계대출 잔액 136조3,810억원이 43.9%를 점유하는 데 이은 주요 부문이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45조2,390억원으로 비중은 14.6%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은행 대출 부문별 연간 성장률로 봤을 때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3.5% 성장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대출 성장률이 22.8%, 가계대출 성장률이 1.9% 증가했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 수익을 위해선 건전성이 높은 우량 여신을 통해 안정적인 대출이자를 받아야 한다. 이에 우리은행은 강소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우수 중견·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BIZ프라임센터를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 입점한 것도 이 같은 목적과 관련이 깊다.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는 서울 유일의 국가산업단지로, 과거 봉제업 중심의 구로공단이 경제개발과 함께 IT 및 지식서비스 기반의 디지털산업단지로 성장해 국가 첨단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 지역에는 △IT기업 △전기·전자기업 등 지난해 말 기준 1만4,000여 개 회사가 입주해 연간 14조원의 생산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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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인터넷은행’ 노리는 신한은행, 시장 선점 가능할까

다만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신한은행 등 우리은행보다 앞서간 이들이 시장을 선점하면 후진입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면서 ‘중소기업 특화 인터넷은행’ 시장으로의 진입도 타진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이 주축이 돼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로 (협력하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끝까지 함께 가지 않겠나”라며 “더존비즈온이 중소·중견기업 ERP(전사적자원관리)의 강자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전문 은행의 차별점을 꾀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특화 인터넷은행’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기업금융은 소매금융 못지않게 상당 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래 기업금융은 개인금융에 비해 내야 할 서류가 많고 업무가 복잡해 비대면화가 어려운 영역으로 꼽혔지만, 수년 전부터 점차적으로 수출입, 퇴직연금 거래 등을 위한 자금거래가 모두 비대면 채널에서 처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막상 인터넷 뱅킹을 주력으로 삼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서비스의 대부분이 개인 소매금융에 맞춰져 있어 기업금융으로서는 이렇다 할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이 중소기업 특화 인터넷은행으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그 특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으리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

중기 특화에 관심 쏟는 금융당국, ‘호재’로 작용하나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특화 금융권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도 신한은행 입장에서 호재일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께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 방식을 변경한 바 있다. 종전의 평가 방식이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우선 동일 업권 내 집중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의 경쟁도 평가 방식을 개선했다. 그간 평가위는 시장집중도를 평가할 때 △동일 업권 내 시장참여자 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지수)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CR3) 등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시장에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술기업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등의 금융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평가 대상 시장을 △고객군 △상품·서비스 △시장참여자 등을 기준으로 유연하게 획정하도록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 우선 고객군은 개인-기업, 중소기업-대기업 등 서로 성격이 달라 대체가 불가능한 고객군으로 나누고, 고객군이 이용하는 금융 상품·서비스를 평가 대상이 되는 하나의 시장을 보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의 자금 공급 기능과 관련해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 참여하는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캐피탈사 등의 경쟁 현황을 평가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우리은행 등 금융권이 중소기업 특화에 나선 데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셈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중소기업 특화 인터넷은행 시장을 선점해 실효적 성과를 낸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개연성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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