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애플 제친 화웨이 독자 OS, 美 제재가 ‘차보즈 기술 자립’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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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1분기 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애플에 앞서
美 제재에 궁여지책으로 만든 '하모니', OS시장서 선전
전기차, IoT 등으로 하모니 '독자 OS 생태계' 확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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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화웨이가 안방인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애플에 앞섰다. 이를 두고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되려 중국의 기술 자립자강을 촉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는 독자적 운영체제(OS) ‘하모니(중국명 훙멍)’의 성공을 토대로 스마트폰을 넘어 전기자동차, 스마트홈 등을 연결하는 ‘하모니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웨이, ’14억 애국소비’ 내수시장 기반으로 반격에 나서

23일 중국의 시장조사 업체 BCI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총 1,058만4,000대를 출하해 15.5%의 점유율을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애플에 앞섰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17.1%로 1위를 달성했던 애플은 올해 화웨이에 1만5,000대가량 출하량이 밀리면서 4위로 내려앉았다. 비보(IQOO 포함)는 1분기 1,155만8,000대를 출하해 시장점유율 16.9%를 달성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가 1,074만2,000대, 15.8%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현재 글로벌 OS 시장 1위는 범용으로 사용되는 안드로이드로, 점유율이 68.9%에 달한다. 애플의 iOS와 화웨이의 하모니는 현재까지 자사만 활용하는 전용 OS다. 미국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지난 2021년부터 하모니를 개발해 모든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하모니를 채택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곧 OS 시장 점유율과 직결된다.

화웨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한때 휘청거렸지만 최근 14억 인구의 애국소비 열풍 속에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화웨이가 중국에서 새롭게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퓨라(Pura) 70’ 시리즈는 공개 1분 만에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퓨라 70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까지 중국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애플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직장 내 외국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적대적으로 돌아서자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2월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3년 대비 11.2% 급락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모니의 점유율은 2023년 기준 4%까지 성장했다. 안드로이드나 iOS와 절대적인 수치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두 OS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4%의 입지를 확보했다는 점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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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독자 OS ‘하모니’/사진=화웨이

쉬즈쥔 회장 “5,000개 앱 운영체제, 하모니 완전 이적 목표”

화웨이가 반격에 성공하면서 일각에서는 한때 궁여지책으로 개발했던 하모니 OS가 안드로이드와 iOS가 양분한 스마트폰 OS 생태계의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하모니를 자사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스마트홈 등 다방면의 기기와 연결해 안드로이드, iO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자적 OS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화웨이가 싸이리쓰와 하모니 OS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 ‘아이토’는 올해 1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3만2,973대를 인도해 1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화웨이는 스마트홈을 위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하모니를 기반으로 제작해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모니 OS가 탑재된 기기는 이미 7억 대를 넘어섰다.

나아가 화웨이는 하모니를 독자적인 OS로 구축해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하모니 OS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 애플의 iOS와 같이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올해 스마트폰에서 99% 이상 사용되는 앱 5,000개를 하모니 기본 운영체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며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모니 운영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적으로 홍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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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의 23.4% R&D에 투자, 대만 인력 3,000명 확보

화웨이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제한해 왔던 ‘차보즈(卡脖子) 기술’ 개발로 이어지면서 ‘테크 굴기(倔起)’를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보즈 기술이란 외부 의존이 심해 기술 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뜻하는 말로, 지난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차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해 중국과학원은 외부 의존도가 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막는 35개 차보즈 기술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기세를 몰아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미국은 첨단 칩 제조에 필수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미국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기술 자립화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2021년 당시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머지않아 힘을 잃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중국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중국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조성한 펀드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약 100조원(약 726억 달러)을 투자했으며 첨단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을 집중 육성했다.

특히 반도체는 화웨이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로 설계부터 제조까지 총 12개 반도체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화웨이가 설계하고 SMIC가 제조한 AI 반도체 ‘어센드910B’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H100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힐 정도다.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린 덕에 파운드리 미세공정 격차를 1년 이내로 좁히면서 사실상 미국 제재를 무력화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는 연구개발(R&D)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업계에 의하면 화웨이의 최근 10년간 R&D 투자액은 총 1,568억 달러(약 216조원)로 알파벳, 메타, MS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R&D에 투입한 돈은 232억 달러(약 31조9,812억원)로 매출의 무려 23.4%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기업 중 R&D 투자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투자 금액 약 28조3,528억원보다 약 13% 많은 금액이다. 아울러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9년 대만 반도체 인력의 10%에 육박하는 3,000여 명이 중국 본토로 넘어왔는데 이 중 상당수가 화웨이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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