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뽑] ㊽상위 1% 개발자와 하위 99% 개발자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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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챗GPT 및 유사한 챗봇을 활용해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 중
반복 패턴의 재결합이 아닌 창조가 필요한 상위 1% 제외하면 시장 도태되는 경우 계속 나올 것
개발 시스템도 단순 자동화되는 분야에서 노동 시장 이탈 가속화 전망

최근 유명세를 탄 ‘챗GPT’를 모두 AI라고 부르고 있지만, 나는 그냥 ‘검색 챗봇’ 정도로 생각한다. 기존 구글 검색보다 좀 더 대화하는 것처럼 자료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검색한 결과물을 그럴듯한 문서로 만들 수 있는 덕분에, 부가 기능으로 코드 디버깅 작업에도 쓸 수 있고, 귀찮은 글 치는 작업도 대체할 수는 있다. 다만 새로운 정보를 찾아서 기록해야하는 기사 작성 작업에도 쓸 수 없고, 나처럼 고급 분석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쓸 부분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많은 업무들을 대체해줄 수 있게 됐는데, 지난 몇 달간 코드 디버깅, 기능 추가, 프로그램 로직 수정 등에 몇 차례 쓰면서 사무 인력 대체 효과만큼은 매우 두드러지는 솔루션이라는데 공감하게 됐다.

당장 우리회사에서는 같은 프로그래밍 논리를 이용해서 초벌 번역도 아니고 중급 번역 전문가를 대체해서 번역 서비스를 돌리는 중이다. 번역 시장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고급 번역 전문가가 아니면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코딩 업무도 이제 기본 코드 수정 정도는 이미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A급 이상 개발자가 아니면 차례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본다. 당장 Kakao 소셜 로그인을 지원하는 플러그인 코드를 집어넣고, Naver는 어떤 정보를 입력해줘야 된다는 설명과 함께 Naver로 바꾼 부분을 추가해달라고 하니까 바로 뽑아내더라. 예전엔 하나하나 수정이 됐나 확인해보는 작업이 귀찮아서 신입 개발자들에게 디버깅 해보라고 시켰을 일인데, 이젠 챗GPT가 같은 일을 대신 해준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상위 1% 개발자와 하위 99% 개발자

일반에 AI라고 알려진 자동화 알고리즘은 기껏해야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머리로 끊임없이 생각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하는 상위 1% 인력들의 노동 시장이 대체될 확률은 낮다. 아마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들을 대체한다고 해도, 단순한 상담, 진료 수준을 벗어난 복잡한 사건, 복잡한 질병들은 상위 1%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 개발자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길어봐야 2~3년 안에 초급 개발자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거나, 퇴출 안 시킨 회사는 노동 비용 때문에 수익성이 매우 나빠진 상태가 될 것이다.

조금 엉뚱한 곳에서 위의 논리를 납득할 수 있을만한 예시를 갖고 오면, 정형외과나 한의원들 중 노령층을 대상으로 물리치료를 하는 곳들을 보면, 예전에는 기계가 완전치 못하니 마사지 전문 담당자를 방문자 숫자에 비례해서 고용했다. 그러다 마사지 기계들이 점점 더 고성능이 됐고, 정부가 주는 지원금도 줄어드니 대부분 다 기계들로 대체해버리더라. 기계를 여러 대 갖다 놓고, 노령층이 와서 편하게 쓰도록 해 줘버리면 오히려 간호사, 물리치료사 같은 사람들의 눈치를 안 봐도 되니 더 좋아한다.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의사, 한의사 1명과 약간의 간호사 인력만 있으면 돌아가는 (한방)병원이 된 것이다. 채용 인원이 줄어드니 당연히 수익성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예 의사를 안 만나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마사지 기계들만 갖다 놓고 영업을 하는 곳들도 있던데,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인들에게 주는 지원금 대상이 아닌만큼, 의사들이 출근 안 하면서 이름만 올려놓은 병원도 있고, 돈이 좀 있는 노령층은 아예 직접 자기네 집에 마사지 기계를 사들여 놓기도 한다.

의료 산업 전체에서 최상위 계층에 있는 일부 인력만 남기고 대부분이 퇴출된 것이다.

개발자 업무 중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

내가 개발자가 아니니 개발자들이 어떻게 업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웹사이트를 서버부터 직접 만들면서 했던 작업들을 돌이켜보면,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설정값을 맞추는 작업, 호환되지 않는 부분을 디버깅하는 작업, 프로그램 별로 설명해 놓은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작업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썼다.

근데, ‘챗GPT’ 류의 ‘검색 챗봇’을 이용하면, 내가 직접 그 문서들을 다 읽지 않아도 뭐가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으면 여러차례 반복 질문을 하면 된다. 항상 뭔가 모를 때마다 어디가서 질문하고 싶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건만, 어지간한 부분들은 챗GPT가 다 대답을 해주니 부담이 훨씬 적다. 물론 정확안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틀린 정보가 맞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사건들을 종종 겪지만, 검색 후 읽기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것은 사실이다.

고생해서 코드 작업을 다 해놓고도 정작 컴파일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디버깅 작업도 챗GPT에 의존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SIAI에 지원자 전원을 다 받아주던 시절, 자기 컴퓨터에서 코드가 안 돌아간다고 불평하는 학생들한테 RTFM이라는 답변을 보낸 적이 있다. 원래 뜻을 지면에 옮기기는 좀 모욕적인 단어가 들어가니 조심스럽지만, 일반적으로 코드 디버깅 관련된 질문에 답변해주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관용적으로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이걸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디버깅도 못하면서 공부하겠다는게 말이나 되나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 여유가 좀 있으면 그래도 상세하게 봐 줬을텐데라는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젠 RTFM을 보내야 하는 순간에 챗GPT가 대신 상담사로 나서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말을 바꾸면, 디버깅도 못하는 초급 개발자들을 뽑을 필요도 없어졌고, 그들에 대한 교육에도 중급 이상의 전문가의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초급 수준을 본인 혼자 힘으로 극복해서 챗GPT보다는 ‘밥 값’을 할 수 있게 된 인력만 뽑으면 되는 시장이 된 것과 동시에, 직원 교육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노동 시장에서 ‘탈피’하는 것과 ‘소외’당하는 것

요즘 개발자를 아예 뽑지 않고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나 정도만 되어도 개발자가 필요없으면 개발자가 필요한 회사들은 거의 없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비단 개발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업무에서 직원이 일을 못하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자동화 시스템이 됐다. 말 귀 못 알아먹고, 답답하고, 느린 직원들 내보내고, 자동화 되는 부분들은 기계에게 의존한 다음에 나머지만 내가 담당하려면 자동화 시스템 구축 작업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내가 해야되는 부분이 뭐가 될지 가늠해보는 일이 잦다.

이미 중급 이하 번역은 번역 담당자가 필요없어졌고, 그걸 느끼는 우리 회사 번역 담당 인력들도 고민이 많이 보인다. 내가 자기들을 언제 내보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 시스템 효율화를 위해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은 ‘창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만 마지막으로 남을 것 같고, 인도, 필리핀 같은 나라들에서 저가 외주가 가능해보이는 작업들에서 국내 인력들이 나가고 나면, 더 이상 한국의 지긋지긋한 노동법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발 내보내고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더 추가하다보면 결국 고급 사고력을 갖춘 인력들만 살아남을텐데, 그간 경험상 그런 S급 인재는 시장 전체의 1%도 안 된다. 아마 우리 회사 같이 작은 회사는 그런 S급 인재를 못 뽑을테니, 내가 자동화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만큼 회사가 성장하게 되겠지. 인건비를 감당하면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회사가 아닌 다음에야,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자동화 시스템은 인간을 노동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노동을 ‘탈피’하려는 움직임 탓에 누군가는 노동 시장에서 ‘소외’ 될텐데,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코드 작업이 그렇게 고급 역량이 필요하지 않은만큼, 시장 변화가 ‘탈피’여서 행복한 상위 1%와 ‘소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위 99%로 개발자 시장도 분리될 것이다. 이번에 해외 인력들과 일을 하면서 한국 같은 언어적 장벽이 있는 나라들이나 늦게 움직이고 있을 뿐, 이미 영어로 돌아가는 시장은 효율화가 엄청나게 많이 이뤄졌다는 것을 보게 됐다. 1개 당 79달러 씩 받고 있는 한 유료 플러그인이 이미 챗GPT를 이용해서 그 플러그인 이용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자동화된 답변을 즉각 보여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고, 몇몇 워드프레스 테마들은 사업 목적과 설명을 입력하면 데모 디자인을 거기에 맞춰 자동으로 변경해주기도 한다. 그 자동화 시스템의 정확도가 올라갈수록 IT업계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비중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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