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에 향한 600억원 뭉칫돈,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성장세도 상승곡선

SK서 분사한 사피온, 시리즈 A 마무리하며 5,000억원 기업가치 인정받아 경쟁사인 엔비디아보다 좋은 성능과 높은 효율성, 업계 이목 쏠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전망 좋아, 기술력 강화해 차세대 AI 반도체로 자리 잡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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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 NPU X220/사진=사피온코리아

30일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사피온(SAPEON)이 600억원 이상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리드했으며, GS그룹 계열사와 대보정보통신,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위벤처스, E1 등이 팔로우온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피온은 AI 서비스 실증사례 확대를 위해 GS그룹 등과 사업 협력에 나설 전망이다.

차세대 AI 반도체 회사로 꼽히는 사피온

사피온은 인류를 뜻하는 ‘사피엔스(Homo SAPiens)’와 영원한 시간을 뜻하는 에이온(aEON)의 합성어로, 인류에게 지속적인 AI 반도체 기반 인공지능 혁신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 지난 2021년 모기업인 SK텔레콤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가 총 800억원을 공동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AI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다. 한국에는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사피온코리아’를 두고 있다.

사피온은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고성능 AI 반도체인 X220을 개발해 선보였으며, 올 하반기에는 전작 대비 4배 이상 성능을 향상시킨 추론용 NPU(신경망처리장치) ‘X330’의 출시를 앞뒀다. 내년에는 성능이 강화된 ‘X340’, ‘X350’도 출시할 예정이다. 사피온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I 기반 서비스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AI 풀스택(통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이번 투자로 사피온은 기술력 검증을 넘어 실제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양질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피온 X220, 국내외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사피온에서 출시한 서버용 AI 반도체 X220은 지난해 9월 구글, 메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산업계와 학계의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 테스트(벤치마크) 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경쟁사인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NVIDIA)’의 GPU(그래픽처리장치) A2보다 약 2~3배 빠른 처리 성능을 기록했으며, 전력 대비 효율성(최대전력 소모 기준)도 약 2배가량 높다.

X220은 국내 산업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사피온과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X220을 통해 은행권 내부 문서인식 개선에 활용되는 OCR(광학 문자 인식) 모델의 안정성 테스트를 공동 진행한 바 있다. 류 대표는 테스트 결과가 성공적이었음을 전하며 “금융권 이미지 처리시스템에서 높은 안정성과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OCR 모델이 사피온 X220을 통해 문제 없이 작동한다는 사실은 성능 신뢰성 측면에 있어서 시장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사피온은 지난 4월 GS네오텍, GS건설 투자 MOU를 체결하며 GS그룹과의 구체적인 사업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GS네오텍은 현재 미디어 분야에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서비스 강화를 위해 SK텔레콤 AI 기반 이미지·영상 화질 개선 솔루션 슈퍼노바(SUPERNOVA)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사피온은 GS네오텍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자사 AI 반도체를 적용해 클라우드 인프라에 기반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챗GPT가 쏘아올린 AI 반도체 시장, ’30년에는 1천억 달러 상회할 듯

AI 반도체 시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오픈AI사의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그간 AI 업계에서는 GPU를 통한 대용량 데이터 학습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챗GPT 출시 이후 AI 개발과 응용이 진행될수록 GPU는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의 특성상 연산 처리 과정에서 수만 대의 GPU가 필요한데, GPU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전력 소비도 막대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GPU를 대체할 고효율의 FPGA(프로그램이 가능한 반도체)나 ASIC(특정한 전자·정보통신 제품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비메모리 반도체)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자 자문 기업인 리서치알음도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 K-스타트업 3選’ 보고서를 통해 “AI 반도체 수요는 점점 저전력을 사용하는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 사피온처럼 차세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업체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상승곡선에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2022년 324억 달러(약 42조원)에 불과했으나 연평균 17.3%씩 성장하며 오는 2030년 1,179억 달러(약 156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 증가가 사피온을 비롯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할 거란 예측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5년부터 8년째 3%에 머물러있다”며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침체된 K-반도체를 다시 반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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