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사] 마케터 없이 천만 사이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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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구글SEO는 단순한 광고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시스템 이해 필요
마케터 1명 투입으로 해결되는 것 아냐, 콘텐츠 관리, 웹사이트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 있어야
시스템 갖추면 인력 투입없이 콘텐츠만으로 구글 검색 상위 노출 웹사이트 제작 가능

1년 전 쯤의 일이다. 국내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 평소에 존경하는 분의 소개로 국내 어느 광고 대행사의 연락을 받았다. 모 대기업에 디지털 마케팅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하는데, 그 대기업의 산업 분야에서 구글SEO로 큰 이득을 본 사례를 몇 개 골라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 프로젝트 수주전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국내에서 구글 검색 물량은 늘어나는데 정작 구글SEO 전문가가 없어서 여러 군데 물어서 찾아오신거란다.

그 분이 프로젝트 입찰 안에 넣으려고 했던 서류는 1~2장으로 압축된 구글SEO 성과 보고서 같은 내용일 것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의 속칭 마케팅 담당자라는 분들의 행동 양식을 봤을 때, 그 대기업과 같은 산업군에 있는 기업에서 얼마의 광고비를 썼더니 구글 검색 순위가 몇 등이나 올랐고, 그래서 수익을 얼마나 냈다는 것 같은 단순한 그래프 비교표를 원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대부분의 광고 솔루션들이 얼마의 광고비를 쓰면 얼마의 수익이 나온다는 ROAS(Return on Advertisement Spending) 값으로 광고주들을 설득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글SEO가 그렇게 입력값에 따라 출력값이 고정적인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래의 답변을 드렸다.

구글SEO라는게 ‘페이지 랭크(PageRank)’ 알고리즘은 수시로 변하고, 거기에 맞춰 백링크(Back-link) 설정부터 검색 키워드 별 백링크 조합, 웹사이트 자체에 심은 기능적 SEO, 웹사이트 속도 개선, 사용자 경험 개선까지 고민해야 할 주제가 얼마나 많은데, 그냥 마케터 1명 고용하고, 광고 솔루션 하나 쓰면 갑자기 매출액이 10배 늘어나고 그런거 아니에요

파비리서치

구글SEO 전문가 없어서 여러 군데 물어서 찾았다

당장 수익에 눈이 멀었다면 그들이 원하는대로 단순한 그래프들을 담은 슬라이드 몇 장을 보내드렸을텐데, 그런 과장광고를 했다가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복잡한 시스템을 슬라이드 1~2장으로 채워넣으려던 광고 회사 담당자와 그렇게 이해하고 믿고 넘어가버리는 대기업의 광고 담당자라는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은 감정도 컸다. 그간 광고 업계에서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를 봤을 때, 아니 국내 대기업 전반에 퍼진 1차 함수식 사고 역량과 행동 양식을 봤을 때, ‘큰 이득’ 같은 단순화된 수치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분들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이유로 나중에 모든 책임을 나에게 덮어씌울지도 모른다.

한 때 구글 검색 최상위를 독점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는 서비스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구글 서치 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 경고 메세지가 뜨더니 그 웹사이트 콘텐츠를 검색 1페이지 최상단이 아니라 67페이지로 보내버렸던 뼈아픈 경험도 있다. 적당한 조작이야 눈에 띄지 않으니 수 많은 키워드를 하나하나 따지기 어려운 구글 관계자들이 쳐다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광고 단가 얼마에 눈에 보이는 단순화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1차원 방식의 광고 전략이 먹히지 않는 영역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렇게 쉽게 조작이 가능했다면 구글 검색 결과물이 엉망이라는 악평이 널리 퍼졌을 것이고, 구글 대체재가 구글 검색 자리를 대체해버렸을 것이다.

그 광고 대행사 분이 국내에서 구글SEO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만나봐도 대부분 과장광고나 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광고 업계 경험으로 넘겨 짚어서라도 판단하실 수 있었을 것이고, 나를 추천하신 분도 나처럼 구글 검색 랭킹 관련해서 알고리즘의 수식 레벨까지 이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한국 같은 네이버 공화국에서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당장 PageRank가 가장 기초로 삼고 있다는 ‘고유벡터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을 온라인 광고 시장 상황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인력을 한국에서는 1명도 제대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글SEO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난 우리 회사 웹사이트의 구글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해 온갖 고민을 다 하는 초심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온갖 랭킹 조작 서비스들과 랭킹 종합 지표들이 매 달 새롭게 나오는데, 그걸 쫓아가기도 바쁘다. 내가 비록 초심자라는 생각으로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있기는 하지만, 광고비 얼마를 쓰면 구글 검색 랭킹이 얼마나 오른다는 식의 1차원적인 이해만 갖고 있는 분들이 광고 전문가, 특히 구글SEO 전문가라고 주장을 하는 걸 보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마치 코딩 라이브러리 몇 개 갖다 붙이는 수준이면서 AI전문가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파비리서치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근접성(EigenVector Closedness) 계산 예시

마케터 없이 천만 사이트 만들기

지난 1월, 회사의 각종 경험치를 집중해서 운영 중인 파비리서치, OTT랭킹의 합계 방문자가 월 1백만을 넘었다. (당시 자료를 담은 글 링크) 파비리서치가 월 5만에서 20만의 방문자를 꾸준히 모아오던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를 비롯한 4개 언론사의 결합이라는 점, OTT랭킹이 다루는 콘텐츠가 방송·연예 전문 콘텐츠라는 점에서 두 서비스 합계 월 방문자가 1백만을 넘은 것은 언뜻 봤을 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웹사이트 방문자의 70% 이상이 해외 방문자였던 것을 확인하고나면 관점이 좀 달라질 것이다. 단순히 한국어 콘텐츠만으로 해외에서 월 70만 이상의 방문자를, 그것도 광고비 한 푼 쓰지않고 몰아온다는 것이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구글SEO와 번역기다. 지난해 12월부터 Neural Translator 기반의 번역 알고리즘을 붙여놨고, 그 번역 결과물이 구글 검색에 노출될 수 있도록 사이트맵(Sitemap)도 다국어로 만들었다. 각각의 언어로 만든 Sitemap의 정보를 구글에서 갖고가고 검색에 노출될 수 있도록 Sitemap 구성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구글이 좋아할만한 각종 최적화 작업들을 진행했는데, 올해 1월 중순, 하순으로 넘어가면서 꾸준히 영어권, 일본어권 등에서 방문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처럼 네이버 검색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구글SEO 알고리즘이 구글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들에서 방문자를 유입시키는데 꽤나 효과적인 역할을 해 줬고, 다행스럽게 우리 콘텐츠도 그 분들이 찾는 내용과 겹쳐 있었다.

아직 천만 사이트라고 주장하기에는 거리가 멀지만,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 담당자가 하루 종일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간과 광고비를 써야하는 일반적인 마케터 작업을 하지 않고, 구글 검색만으로 이 정도 성과를 이뤘으면 퍼가기가 점점 더 활성화되는 몇 달 후에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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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1위, 웹사이트 구성이 2위, 알고리즘은 3위에 불과하다

가끔 구글SEO를 위해 웹사이트를 뜯어고치고 알고리즘만 적용하면 단번에 구글 검색 최상위권을 모두 장악할 수 있냐는 질문을 듣는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구글 검색으로 자료를 찾던 사람들이 모두 다 떠나갈 것이다. 이상한 정보만 보이는 곳인데, 누가 그런 검색 플랫폼에서 자료 검색을 할려고 할까?

몇 달 동안 핫 이슈에 대해서 1~2시간 동안 최상위를 점령해본 적들은 있는데, 결국은 콘텐츠가 더 좋은 웹사이트들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1~2시간 동안이라고 최상위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을 뿐이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더 욕심을 내다가 결국에는 67페이지로 밀려나는 상황을 겪으며 결국 서비스를 접었던 기억이 있다. 이걸 국내 어느 VC에게 회사의 강점으로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1~2시간 밖에 못 지키는건 무의미하다며 내 말을 자르고 대화가 종결됐던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그 1~2시간이 10~20시간으로 늘어나고 10~20일로 늘어나기 위해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투자금이 필요했었다는 걸 설득시키지 못했던 내 탓으로 생각하고 잊고 살았었다. 어차피 국내에서 구글SEO가 큰 도움이 되질 않아 포기하고 살다가, 번역기로 글로벌 트래픽을 잡을 수 있게되면서 예전 기억을 되살리며 하나씩 다시 적용해보는 중이다.

누군가는 아무리 콘텐츠를 잘 만들어도 네이버 검색에 노출 안 되고, 구글 검색에 노출이 안 되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겠지만, 세상에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아무리 콘텐츠 유통망이 없어도 그렇게 쌓인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건 외부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 웹사이트를 잘 만들고, 알고리즘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그런 시간적 격차를 줄여주는 것에 불과하고, 위의 1~2시간 사례대로 ‘3일 천하’ 같은 시스템에 불과하다. 단지 시간적 격차가 너무 길어서 콘텐츠 생산 단가를 못 뽑아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문제일 뿐이고, 이미 고급 콘텐츠가 널려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어서 구글SEO가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번 ‘마케터 없이 천만 사이트 만들기(10M website without marketers)’ 시리즈에서 마케터를 자동화 시스템(속칭 AI)으로 대체하는 각종 작업들을 정리하겠지만,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그 어떤 경우에도 고급 콘텐츠가 갖춰지지 않으면 유통 채널들이 콘텐츠를 유통시켜주지 않았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워낙 시스템 관리 역량이 부족했던 탓에 적당히 베껴 쓴 기사에 대규모 트래픽이 몰려들면서 속칭 ‘기레기’들이 대량으로 양산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스템들의 세계에서 그런 웹사이트는 1페이지 최상단이 아니라 67페이지로 쫓겨난다는 것정도는 상식이 되어 있다. 글로벌 시장에 수 많은 조작 알고리즘들이 있지만, 자기 웹사이트를 67페이지로 보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써야 하는 서비스들이다.

광고비를 얼마를 쓰고, 무슨 채널을 어떻게 조합하면 얼마의 수익이 나온다는 단순한 패턴을 찾는 1차원적 사고력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정보겠지만, 광고비 0원을 쓰고도 웹사이트 설치 2달 만에 월간 1백만명의 방문자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도전해보고 싶다면 구글이 지난 25년간 만든 검색 알고리즘 생태계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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