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사] ②네이버 검색은 구글에 밀려난 것이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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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네이버 검색 물량이 구글 대비 약 70~8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업계 평가
검색 물량을 구글에 뺏긴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뺏겼다는 평가도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성장, 중국발 이커머스 공룡들의 진입으로 네이버 시장 점유율의 지속 하락 예상하는 경우도 많아

온라인 마케팅 업계 사람들 중에 기술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전적인 업무를 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네이버가 한국 온라인 마케팅 업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검색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광고 효율화를 위해 수 많은 도전을 했던 덕분에 IT업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는데, 네이버가 그런 글로벌 IT시장의 기술 발전을 거의 도입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네이버 검색 물량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광고업계 관계자들이 2000년대 초반에 처음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이 형성되던 시점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채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은 영원히 ‘콜라파고스(Korea + Galapagos)’로 남을 줄 알았는데, 지난 2021년부터 한국에서도 구글이 네이버를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고, 지난 2023년 기준으로는 완전히 구글이 더 우위에 선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파비리서치

검색 볼륨에서도 구글이 네이버를 앞질렀다

글로벌 트래픽 전문 업체 중 한 곳인 SEMRUSH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기준으로 구글 페이지 방문자가 15억 9천만명, 같은 달 네이버는 11억 5천만명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들을 모두 하고 있다는 점, 구글은 국내에서 검색 이외에 달리 강점을 가진 서비스가 아직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이 네이버보다 훨씬 더 검색 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SEMRUSH의 데이터는 구글 애널리틱스 기반의 웹사이트 자체 데이터가 아니라, 샘플로 뽑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만큼 부정확하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오차를 감안해도 구글과 네이버의 격차는 우열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만큼 벌어진 상태가 됐다.

실제 시장에서도 확인되는 것이, 지난 2020년만해도

구글SEO, 그게 뭐에요? 구글? 거기서 검색하는 사람이 있기는 해요?

같은 반응들을 들었는데, 요즘 구글SEO를 기반으로 한 우리 회사 상품을 설명하고 있으면

저희도 구글 1등으로 나오고 싶은데, 네이버처럼 뭔가 좀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요?

같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구글에 밀려난 이유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의 스마트폰 이용 패턴을 슬쩍 보면, 영화, 드라마 같은 방송·연예 콘텐츠를 보는 분들은 여전히 네이버 검색을 통해 관련 기사, 블로그 글을 보고, 배우들이 입었던 옷들을 구매하는 패턴들을 보인다. 최소한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쓰다가도 정작 상품 가격 비교 같은 정보는 네이버 앱을 열어서 진행하더라.

반면, 학습용 자료를 찾아서 보고 있는 분들을 비롯해 대체로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분들을 보면 구글 검색을 하는 비중이 부쩍 늘었다. 영어로 찾으면 답을 바로 찾을 것 같아 보이는 정보를 한국어로 계속 찾고 있는 걸 보면 가끔 안타까운 마음도 생기지만, 어찌됐건 네이버에서 그런 정보를 찾을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들을 지난 2년 사이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크게 봤을 때 영어로 자료를 찾을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네이버가 2순위 검색 엔진인 것 같고, 영어로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 중에서도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은 점점 네이버가 2순위로 밀리는 모습을 본다.

말을 바꾸면, 네이버가 검색 엔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베이스에 한정해서 단순한 ‘검색 쿼리(Search Query)’를 돌리는 서비스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우리 회사 웹사이트는 검색이 안 된다.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카페, 뉴스, 스토어 같은 주요 서비스에 전혀 계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에는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우리 회사의 많은 콘텐츠들이 구글 검색에 노출되고, 여기에 번역기까지 붙여서 해외 방문자들도 끌고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번역기 붙이고 구글SEO 알고리즘 적용한 다음에 계속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벌써 해외 트래픽이 70%가 넘는 서비스로 성장하는 동안, 구글에서 해라고 시키는 일들 이외에는 달리 한 일이 없다. 네이버처럼 그들의 플랫폼을 반드시 써야 했던 것도 아니고, 네이버 뉴스 제휴처럼 몇 년째 심사가 중단된 절차를 막연히 기다려야 될 필요도 없다. 네이버가 닫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동안 구글은 열린 시스템을 운영해 준 덕분에 이렇게 기대 이상의 속도로 성장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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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스템을 갖춘 구글의 승리는 시간의 문제였을 뿐

처음 한국에 돌아와서 네이버 지도 앱도 못 찾고, 앱으로 택시 예약도 못 하면서 버벅거리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놀리더라. 얼마나 구글, 우버 같은 시스템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으면 한국 앱들을 이렇게 처음 쓰는 티가 팍팍 나느냐던데, 정말 국내에서 택시 잡으려고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앱을 처음 설치했었다. 네이버 계정도 국내 서비스와 로그인 연동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쓰질 않는다.

구글에서는 검색하면 내가 찾는 정보가 나오는데, 네이버에서는 그 어떤 정보도 찾은 적이 없었고, 극단적으로 홍보 의도가 뻔하게 보이는 블로그들만 잔뜩 나와서 오히려 검색 자체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서비스였던 덕분에 네이버가 지난 20년간 구글에 밀리지 않고 국내 검색 시장을 장악했었지만, 이제 조금씩 역사의 뒤안길로 갈 준비를 하거나, 쿠팡과 쇼핑몰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구글 검색 물량이 지난 3~4년 사이에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EMRUSH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으니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구글 검색 물량도 줄었지 않나는 의심도 있다. 그럼 구글 검색 물량도 늘지 않았는데 왜 구글이 네이버를 따라잡았을까? 이유는 유튜브 방문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고, 여기에 직접 타격을 맞은 검색 엔진이 구글이 아니라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변화를 보면 구글은 실제로 자료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검색 엔진이었고, 네이버는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들로 유지되었던 서비스였으리라 짐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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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미래와 구글의 미래

한국은 글로벌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문서로 된 콘텐츠를 읽고 소비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다. 단군이래 최저학력, 창세기 이래 최저학력 이야기가 나오던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학력 저하가 2009년부터는 반값 등록금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노벨상에 도전하는 전문 연구 인력의 연구 결과물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력 수출품인 나라가 됐다. 이런 나라에서 구글 검색이 미래가 있을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엔터테인먼트, 정치 등의 주요 트래픽 콘텐츠의 중심에 선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자동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고급 검색 결과물을 굳이 구글 검색으로 찾아야 하는 유인 동기가 크게 떨어졌다. 챗GPT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틀렸는데도 맞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에 고급 검색에 쓸 시간을 크게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의 미래가 밝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네이버 검색이 미래가 있냐고 질문해보면 미래가 밝기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검색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그 중심이 넘어간지 오래됐다. 속칭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일회성 논란 콘텐츠들은 전문 유튜버들이 쇼츠 영상으로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까운 지인은 네이버가 쿠팡과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앞으로 몇 년간 하다가 중국의 저가 상품들이 한국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3~4년 후에는 10년 전의 다음(DAUM)과 비슷한 수준의 검색 물량을 가진 서비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분들의 의견을 공통적으로 조합해보면, 구글SEO가 한 때는 기술적 도전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관리를 위한 암묵적인 잣대로 작동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챗GPT와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그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봐야 하고, 구글 대비 검색 역량에서조차 밀렸던 네이버는 처음 성장기에 의지했던 한국어 뉴스와 블로그만 남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대형 포털 위치를 지키기 어려워진 다음(DAUM)의 주력 트래픽은 초창기에도 다음(DAUM) 카페, 지금도 다시 다음(DAUM) 카페가 됐다.

너무 비관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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