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일본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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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점 도달 후 인구 감소세, 최근 출생아 수 80만명 밑으로 하락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2년 59.4%에서 2100년 51.5%로 감소 전망
저출산 위기 대응 위해 재정적 지원 확대, 양육 환경 개선 등 중점 추진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지난 2008년 1억2,800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점점 감소해 2022년에는 1억2,240만 명을 기록했다. 2022년 기준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하락했고 인구 감소폭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100년 일본 인구는 2022년의 절반 수준인 6,300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ederly people stroll at Sugamo on the Respect for the Aged Day
사진=East Asia Forum

양육비 부담 크고 결혼관 바뀌면서 청년층 비혼율 높아져

일본의 인구 감소에는 저출산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출산율은 2000년 여성 1,000명당 9.5명을 기록했지만 20년이 지난 2020년에는 6.8명으로 감소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평균 수명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구 감소와 출산율 하락이 더해지면서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0년 17.4%에서 2022년 29.0%로 증가했고 오는 2100년에는 41.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2000년 68.1%에서 2022년 59.4%로 감소했다. 21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에 절반 수준인 51.1%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구 감소의 주원인으로는 높은 양육비 부담이 꼽힌다. 일본 어린이미래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양육비는 2,300만 엔(약 2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교육비가 전체 양육비의 절반인 1,150만 엔(약 1억원)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지난해 일본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가구의 양육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장인 가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정규직 근로자 가구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는 30세 이전에 결혼해 자녀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각자 독립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열망을 추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하면서 가족 구성과 생활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결혼관이 크게 변한 탓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의욕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는 1970년 10건에서 2000년 6.4건, 2022년 4.1건으로 크게 하락했고 최근 10년간 생애미혼율은 각각 8.2%p, 7.2%p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낮은 월급과 고물가로 인한 ‘타의적 비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정부, 아동수당 확대 골자로 하는 미래 전략 추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져오는 결과는 실로 심각하다.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 한 향후 일본의 GDP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함께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년을 연장해 고령 근로자의 수를 늘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성장률 하락을 다소 늦출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전략으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은 이미 다양한 분야와 직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인해 온 중소기업들과 지역기반 소기업, 전통 가게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했고 교사, 의사, 간병인 등 사회 공공서비스 직종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인구 감소의 경제적 영향은 농촌 지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2050년 농촌 인구가 100만 명 수준까지 하락하고 이 중 30%가 85세 이상 고령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고령화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일본의 생활 수준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저출산 대책으로 ‘어린이 미래전략방침(Direction on Strategy for Children’s Future)’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에는 그동안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재정적 지원방안이 담겼다.

먼저 아동수당의 지급대상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확대하고 부모의 소득에 대한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0∼3세 영유아는 1인당 월 1만5,000엔(약 13만원), 고교생까지는 월 1만 엔(약 9만원)을 지급하고 셋째 이후 아이에게는 월 3만 엔(약 27만원)씩 지급한다. 또 2026년부터 출산 비용에 보험을 적용하고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실수령 수입이 줄지 않도록 육아휴직 급여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의 질 제고를 위한 근무 환경 개선 대책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아동수당 등 재정적 지원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연 3조 엔(약 27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직면해 있어 재원을 확보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인구비전 2100’, 8천만 인구 사수 위한 청년 취업 등 강조

올해 1월 산업계·학계 등 민간전문가 28인으로 구성된 인구전략회의는 ‘인구비전 2100’이라는 제목의 제안서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했다. 인구전략회의는 이 제안서를 통해 인구 감소의 방어에 성공한 최상의 시나리오로 ‘2100년 인구 8,000만 명, 고령화율 30%’를 목표로, 3개의 기본과제와 2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3가지 기본과제로는 ▲인구 감소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공유 확산 ▲청년층과 여성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 ▲세대 간 계승과 연대를 통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고양과 공동 양육사회 지향을 제안했다. 특히 결혼·출산 의사가 있는 청년들을 위해 급여 수준 제고,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여성 취업 촉진, 육아 지원 시스템 구축 등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적극적인 정책 이행을 위해 총리 산하에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비전 2100’이 제시한 2가지 인구전략은 ‘정상화’와 ‘강인화’다. 정상화 전략은 자녀의 양육 여건을 개선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해 인구 안정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강인화 전략은 일본 사회의 질 제고와 경제적 역량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작지만 강한 나라, 풍부한 다양성과 성장력을 갖춘 나라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고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구전략회의의 제안에는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메시지와 전략이 포함됐다. 이 중 상당수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인구 감소와 저출산에 대해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해당 제안서를 전달받은 기시다 총리는 “현세대는 미래 세대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민·관이 협력해 사회의 의식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기시다 정부가 할 일은 ‘인구비전 2100’이 제시한 전략을 토대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일본의 인구 감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시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의 저자인 우라타 슈지로(Shujiro Urata)는 일본 경제무역산업연구소(Research Institute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RIETI) 의장이자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 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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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타 슈지로/사진=RIETI

영어 원문 기사는 Combating depopulation in Japan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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