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비판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카카오뱅크 주담대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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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약 2억7,000만원 주담대 카카오뱅크로 갈아타
카카오 및 인터넷은행 비판하던 평소 태도와 모순된 행보
저금리 등 각종 혜택 쏟아지는 인뱅, 이 원장도 결국 '금융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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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으로의 ‘주택담보대출 쏠림’ 현상을 비판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인터넷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이 원장은 기존 한국씨티은행에서 이용했던 주담대(잔액 약 2억7,331만원) 상품을 지난해 카카오뱅크로 갈아탔다.

인터넷은행 지탄하던 이 원장의 ‘갈아타기’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인터넷금융이 주택담보대출에 무게를 싣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인터넷 은행으로의) 주담대 쏠림이 제도(정책적 목적)와 합치되는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발언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경제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 낮은 금리를 앞세워 주담대 확대를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의 운영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재산변동사항 발표를 통해 이 원장 역시 지난해 인터넷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영업을 대외적으로 비판해 온 이 원장이 사적으로는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상품(대환대출)의 혜택을 누린 것이다. 이에 시장 곳곳에서는 이 원장의 앞과 뒤가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모순된 행동이 공직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카카오뱅크가 작년 8월 30일부터 11월 말까지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판매를 전면 금지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 원장의 압박으로 인해 여타 금융 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주담대 상품을 이용할 기회 자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2일 “개인적인 일이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부터 카카오 견제 이어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원장이 이전부터 카카오 측을 적극 경계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 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된 카카오에 대해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15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당시 김 전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 억원을 투입,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았다. 문제는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 가진 대주주는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안 된다.

만약 해당 조건을 충족한 대주주가 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당국은 10% 초과 지분에 대한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금융감독이 카카오 법인 처벌을 강행할 경우,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가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당시 이 원장은 “권력이나 돈이 있는 분들, 제도권에서 제도를 이용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의 불법에 대해선 저희가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며 “카카오 건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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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담대 상품 조건/사진=카카오뱅크 홈페이지

‘금융 소비자’와 ‘공직자’의 충돌

이렇듯 그간 꾸준히 카카오 측을 견제해 온 이 원장이 굳이 카카오뱅크의 대환대출 상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5대 시중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국민은행 3.94% △신한은행 3.95% △NH농협은행 3.97% △우리은행 3.98% △하나은행 4.06% 등 3% 후반~4% 초반대에 머물렀다. 반면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3.75%에 그쳤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사이 벌어진 ‘주담대 금리 인하’ 경쟁의 결과물이다.

카카오뱅크 주담대 상품의 파격적인 금리는 고금리 기조에 지친 금융 소비자의 수요를 단숨에 끌어모았다. 지난 1월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의 주담대(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은 26조6,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1년간 11조455억원 증가한 수준이자, 전 예금은행에서 3분기까지 증가한 주담대 잔액의 75%에 육박하는 규모다.

△상대적으로 쉬운 대출 절차 △낮은 금리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인터넷은행 주담대 상품의 각종 혜택은 금융소비자로서 외면하기 힘든 ‘미끼’다. 결국 지난해 이 원장은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주담대 시장 흐름에 편승했다. ‘개인’으로서의 이 원장의 이해관계가 ‘정책 의사 결정자’로서의 입지와 충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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