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처 기다리는 대기자금, 수익률 좋은 ‘머니마켓펀드’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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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간수익률 5%' MMF에 사상 최대 6조 달러 유입
단기 투자인 MMF 쌓인 자금은 증시 종잣돈이 되는 흐름
유럽도 CS 파산 이후 MMF 늘어, 올해 증시 상승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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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자산이 3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역사적인 고금리로 수익률이 높아진 MMF에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면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MMF 투자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MF, 대기자금으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뮤츄얼 펀드

4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발표에 따르면 3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일주일간 MMF에 705억 달러(약 92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돼 MMF의 총자산 규모는 6조1,114억 달러(약 8,300조원)로 늘어났다. 주간 기준으로는 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국공채 등에 주로 투자하는 정부기금 MMF에는 628억2,000만 달러가, 기업어음(CP)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프라임 MMF에는 49억3,000만 달러가 각각 유입됐다.

MMF 정보업체 크레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100대 MMF의 연평균 수익률은 5.14%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면서 MMF의 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MMF는 단기 국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종의 뮤추얼펀드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데 좋은 만큼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때문에 초안전자산으로도 분류된다. MMF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가속화했다. 단기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택한 것이다.

불확실성 높아지자, 큰손들 MMF에 자금 예치하고 ‘관망’

주목할 만한 점은 MMF로 자금을 예치하는 투자자의 상당수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는 점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란 판단하에 큰손들이 안전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MMF에 자금이 몰린 것은 Fed가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고금리 수익 ‘막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MF에 쌓인 자금이 미국 증시로 유입돼 종잣돈이 되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채권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Fed가 금리를 3% 수준까지 내린다고 하더라도 MMF 수익률과 예금 이자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엄청나기 때문에 만약 Fed가 금리 인하를 늦춘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MMF에 현금을 쌓아두고 높은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블랙록, 골드만삭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 등도 올 한 해 MM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 등을 계기로 MMF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글로벌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숀 컬리넌 전무 등 전문가들은 “올해 통화정책 완화가 시작될 때 MMF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MMF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기자금은 ETF로 몰려

국내에서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대기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전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판단을 유보하고 적기가 도래할 때까지 흐름을 관망하기 위해 대기 자금을 늘렸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투자처나 나타났을 때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단기자금 운용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4일 기준 개인의 MMF 설정액은 연초 대비 8,000억원 증가했으며 법인은 같은 기간 27조6,000억원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 또한 지난달 증가 추세로 전환했으며 3월 29일 기준으로 개인투자자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79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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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있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장기금리 하락 여부, 엔화의 향방 등을 꼽는다. 먼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지난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일본 증시의 강세가 마무리되고 국내 증시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엔·달러 환율 변화율과 한국 증시의 수익률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이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된 만큼 엔화 모멘텀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가와 수급 측면에서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국내 증시 대기 자금은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용이한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쏠리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개인의 순매수 대금이 가장 높았던 상위 10개의 ETF 중 2개가 파킹형 ETF로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에는 개인의 순매수 대금이 각각 1,506억원, 670억원 몰렸다. 두 상품의 월간 수익률은 각각 0.29%, 0.2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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