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승에 ‘금투세 폐지·밸류업’ 등 尹 정부 핵심 정책 일제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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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거대 야당 탄생, 22대 국회 여야 관계 '험로' 전망
금투세 폐지 등 윤 정부 감세안들 줄줄이 좌초 위기
밸류업도 제동 걸릴까, 코스피 2,700선 붕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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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그간 정부·여당이 주도해 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세제 개편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 반대를 내걸고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까지 겹칠 경우 정부의 금융 정책 추진력이 더욱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야당 압승에 尹 경제 정책 ‘흔들’, 금투세 폐지 물 건너 가나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75석,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확보했다. 이외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얻었다. 야당의 압승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로만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과 범야권의 대오를 형성할 경우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웃돈다. 21대 국회보다 입법 주도권이 더욱 확대됐다는 의미다.

이에 윤석열 정부로선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제처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월부터 24차례에 걸쳐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도출한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85건의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가운데 4건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45건은 계류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나머지 36건도 국회에 제출하고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지만, 압도적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관련 입법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금융투자소득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 매우 유력하다. 당초 금투세 폐지는 야당이 총선 승기를 잡을 경우 암초에 부딪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책으로 꼽혔다. 금투세 폐지는 세제 개편을 필수 전제로 하는 만큼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반드시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령 등 일정 부분 정부의 재량권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입법을 거쳐야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존재가 정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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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 정책, 계획대로 추진해야”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로 연간 기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세율로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3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2023년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올해 초 윤석열 정부가 전면 백지화 방침을 내세우며 기로에 섰다.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이라는 까닭에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금투세를 두고 ‘부자감세’ 정책이라 비판하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최소 8,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시 2027년까지 세수가 4조32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폐지 시 연간 약 1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국가 재정 부담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60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고 규모의 세수 펑크를 경험한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비율이 2028년 58%에 육박해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한국 순위가 2022년 4위에서 2028년 2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세수 감소로 내년 국가 재정 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 이상 증가할 경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0%를 초과해 기획재정부가 내건 재정준칙 목표( -3% 이내)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금투세는 조세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금투세는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만큼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현행 제도상 한 가지 종목을 25% 이상 보유한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할 때만 주식양도세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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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정책 모멘텀도 상실, 수혜주 일제히 하락

야당의 압승으로 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조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향후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해 밸류업 강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로 국회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에 이미 증시에서는 밸류업 기대감 저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각광받았던 금융주가 11일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1.16%), 신한지주(-1.15%), 우리금융지주(-1.01%), 하나금융지주(-0.17%)는 모두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또 다른 수혜주인 보험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생명(-5.03%), 삼성화재(-3.75%), 한화생명(-3.55%), 한화손해보험(-2.39%), 동양생명(-0.96%)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코스피도 장 초반 급락세를 보이는 등 한때 크게 출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1일 오전, 전장보다 39.76포인트(-1.47%) 내린 2,665.40으로 출발했다. 코스피지수 2,7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처음이다. 범야권의 총선 압승에 따라 밸류업 후퇴론이 제기된 가운데 기관들이 매도에 앞장선 영향이다. 다만 오후 들어 코스피 전반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장 대비 0.07%(1.80포인트) 오른 2,706.96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정책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심리적인 영향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선 이후 증시 추이를 보면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며 “이후 전반적인 주가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지금 금투세 폐지와 밸류업 프로그램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매도 전면 폐지 기한인 6월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비과세 혜택 확대 등 처리해야 할 경제 정책이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정책 모두 총선 승리를 전제로 하므로 이번 정부·여당의 패배가 주가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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