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호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 실제 설립까지는 자본력 확보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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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4개 컨소시엄 도전장
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특화 서비스 강조
인가부터 설립까지 1조원 소요, 투자회사 확보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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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초기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과 질적인 성장,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다만 막대한 자본 조달, 시스템 구축 등 설립·인가부터 수익성 개선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U뱅크, KCD뱅크, 소소뱅크에 이어 더존뱅크 추진 공식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호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더존뱅크(가칭), U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다. 이 중 가장 최근에 설립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곳은 더존뱅크로 지난 4일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더존비즈온’은 대형 시중은행과 정책기관, 유수의 대기업을 주주사로 참여시킨 더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은 기업 데이터에 기반한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을 더존뱅크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더존뱅크는 더존비즈온이 ERP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등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13만 개에 달하는 국내 ERP 고객사의 세무, 회계, 조달, 인사관리 등 관련 정보를 토대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U뱅크 컨소시엄에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렌딧’을 주축으로 인공지능(AI) 의료 업체 루닛, ‘삼쩜삼’의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등이 참여했다. U뱅크는 지난 2015년부터 중금리 대출을 공급해 온 렌딧의 자체 신용평가 모형과 루닛 등이 보유한 의료·보험 등 빅데이터를 결합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렌딧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령자,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대상 포용금융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CD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전문 인터넷은행이다. KCD는 140만 소상공인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매일 개별 업체들의 매출과 영업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만큼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 유관 단체와 11개 ICT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소상공인·소기업 전문 인터넷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인터넷은행 설립 문턱 낮아졌지만 자금 조달은 필수

이처럼 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데는 신규 인가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란 게 금융계이 시각이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계획을 발표한 후 심사를 진행해 인가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상시 인가 방식으로 바뀌면서 언제든 은행업 진출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과 금융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권에서는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를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관건으로 꼽히는 요소는 자본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가를 받기 위한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초기 자본금 2,500억억원에서 시작해 2조원까지 증자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설립까지는 1조원 이상의 자본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도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탄탄한 투자사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신규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사는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로 앞서 설립한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시중은행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6%,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4.88%,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 8.99%를 보유 중이다.

또한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관련해 신용평가모델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은행으로서 수익과 위험을 적절히 배분해 안정성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최우선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는 ‘씬파일러’ 관리가 중요하다. 씬파일러는 정보가 빈약한 대출 고객이란 의미로 대출 고객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물적 자산을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과 노력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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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스뱅크

3대 인터넷은행 ‘토스’도 유동성 확보 위해 자회사 설립

이런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은행도 자금 조달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토스는 지난해 말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회사 ‘프로젝트아리제일차유한회사’를 설립해 장래 매출채권 유동화 방식으로 250억원을 조달했다. ‘장래 매출채권 유동화’는 현재 기업이 가진 매출채권이 아닌 장래에 발생할 매출채권을 기초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토스가 전자지불결제 서비스를 토대로 발생시킨 매출이 미래에 발생할 것을 감안해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토스는 SPC 프로젝트아리제일차 연결회사를 설립해 IBK캐피탈, 애큐온저축은행, 신한캐피탈, NHN농협캐피탈과 각각 80억원, 40억원, 60억원, 70억원 총 25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해 현금을 확보했다. 그동안 토스는 국내외 시장에서 투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등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특히 최근과 같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상황에서는 자금시장이 경색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유동성 확보를 통해 올 한해 내실 다지기에 전념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3년 출범한 토스는 간편송금으로 시작한 사업영역을 은행, 증권, 보험, PG 등 16개 계열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수익성에는 늘 의구심이 뒤따랐다. 토스의 영업손실은 2018년 445억원, 2019년 1,244억원, 2020년 894억원, 2021년 2,160억원, 2022년 2,080억원, 2023년 2,06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핵심 계열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각각 분기와 연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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