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부동산 위기와 공적 자금 리스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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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부동산 의존 성장'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 커져
中 정부 "재정정책의 긍정적인 부분 평가하지 않아" 비판
부동산시장·주식시장 침체에 가계 자산 감소 불가피할 듯
중국_20240410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부동산에 의존해 온 성장정책이 공공 재정의 리스크와 국가 재정 악화, 가계 자산 감소, 은행 시스템 붕괴 등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면서 장기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中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 7.1%, 2020년 이후 최대치

10일(현지시각)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중국 공공 재정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피치는 중국 공적 자금과 관련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중국이 부동산 의존 성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재정 정책은 향후 몇 년간 성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부채를 지속해서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중국의 현재 신용등급은 ‘A+’로 유지했다.

피치가 예측한 올해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7.1%다. 지난해 5.8%에서 1.3%p 오른 수치로 엄격한 ‘제로 코로나’ 조치로 타격을 입었던 2020년 8.6% 이후 가장 높다. 또한 피치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2%에서 4.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던 씨티그룹, 국제통화기금(IMF)과는 대조적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피치의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재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의 재정 정책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거시 레버리지 비율을 미래 지향적으로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피치의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긍정적인 점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숨겨진 부채의 규모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 해결 작업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위험은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했으며 장기적인 발전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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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 붕괴에 중산층 타격, 500만 명 실업·소득 감소

하지만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최근 부동산시장 붕괴로 중산층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중국 GDP에서 주택 부문의 비중은 20%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 부문의 비중이 오는 2026년 16%까지 줄어들면서 도시 노동력의 1%에 해당하는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등에 따르면 대도시 주요 지역의 주택 가격은 지난 2021년 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은 중국 가계 자산의 70%에 달하기 때문에 부동산 위기는 가계 자산의 감소와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때마다 19조 위안(약 3,500조원)의 자산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등 다른 투자시장도 부진한 상황으로 자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가 부진으로 MSCI중국지수는 13% 하락했다. MSCI중국제외신흥시장지수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되는 부문이다. 여기에 중국 뮤추얼펀드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고 예금 금리도 1년 새 세 차례나 인하됐다.

경제 전반이 흔들리면서 소위 ‘큰 손’으로 불리는 자본가들마저도 자금 운용의 기조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자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큰 강세장이 없는 한 금융 투자 이익이 주택 부문의 손실을 상쇄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위기→자산감소→은행 붕괴’ 이어질 가능성 있어

부동산 위기는 자산 감소와 함께 중국 은행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주요 부동산 소유주들의 부채가 악화하고 일부 기업이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위기로 인해 중국 금융시스템에서 4조 달러(약 5,251조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대부분 지방 정부의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 규모는 약 13조 달러에 달하지만 현재 대부분 부채 금융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다. 이 때문에 추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은행의 손실이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이 입었던 약 7,000억 달러(약 920조 원)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방 정부의 금융 조달 시장은 아직 저점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바닥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며 “자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은행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데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현재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중국이 다양한 경제적 역풍에 직면한 만큼 부동산 문제 해결에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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