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침몰 직전 고등교육에 대거 배분되어야

정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고등교육에 더 많이 분배하는 특별회계 마련 교부금 용처 분산은 임시방편적이란 지적 나와 일선 교육 전문가, 고등교육 투자 필요성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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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학령인구 감소 및 고등교육 경쟁력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그동안 유·초·중등 교육에만 사용된 지방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대학에도 쓸 수 있도록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할 전망이다. 현재 20.79%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 연동되고 있는 내국세가 증가했고 고등·평생교육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18년 이래 5년간 고등·평생교육 지원 예산은 2조7,000억원 늘어났지만,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은 17조원이 늘었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적립금이 이미 2021년 말 5조 4,041억원이 쌓여 있고 올해도 약 14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약 19조원에 달할 전망이기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전교조 포함한 교원단체, 교부금 용처 분산에 집단 반발 중 

이에 교원과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곳의 단체 제안 및 서울교사노조 등 122곳의 교원 및 학부모, 시민 단체가 참여해 구성된 소위 ‘공대위’는 24일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공대위는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교부금은 지금보다 더 확대되어야 한다. 교부금은 학생 수 감소 하나만을 가지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부담 경비가 없는 완전 무상교육 실현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 해소 위한 전담교사 배치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 조성 및 정보교사 충원 ▲노후 건물 신축 및 화변기 등 시설 개선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및 교원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대위 제안 단체 중 하나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유·초·중등 예산을 빼 활용하는 임시방편적인 방법보다는 고등교육교부금제도 등을 신설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도교육감과 교원단체는 고등교육 재원 부족 문제는 동의하지만, 기존의 교부금에서 확충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고등교육교부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잉여 교부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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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현장 상황 최악이기에 정부 및 국회 차원에서의 용단 필요

공대위가 주장하는 논리로는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이 초·중등교육에 중요하다면 고등·평생교육에도 똑같은 수준으로 중요할 것이다. 지난해 9개 지방 거점 국립대 자퇴생이 5년 전보다 1.6배 늘어난 6,366명에 달하고, 신입생 수 대비 자퇴 비율 또한 17.8%로 급등했다. 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지방 국립대가 처한 상황이고, 다른 대학들의 경우 더욱 열악하다. 2023년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이 34만 9,124명인데, 2021년 7만 6,313명의 한국 학생이 외국대학에서 유학 중이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하위권인 30위에 불과한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민간 투자 비율은 38.3 대 61.7로 민간이 월등히 높다. OECD 평균 정부의 고등교육 지출 비율이 66%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대학 수준의 고등교육에 돌아가야 하는 당위성은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방대학들은 등록금 재원 마련이 어려워 유학생을 대규모로 받고 있다. 그 비율은 5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시내 대학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D모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을 조교로 쓰고 있는데, 중국인 유학생들끼리만 정보가 공유되고, 한국인 학생들이 정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질 만큼 한국 대학들의 생존 방정식 안에 중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이 들어와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재원 부족으로 교원 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울 북쪽의 K 대학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학 전공 교수를 뽑으려던 학장과 재원 부족을 이유로 고사한 총장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 최고의 명문대인 서울대는 대학원생 확보를 통한 재원 마련을 위해 베트남에 분교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처를 초등·중등 교육에 한정하지 말고 고등·평생교육으로 전면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균형적인 교육 재정 배분 방식에 대한 논의를 정부 차원 및 국회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대학으로 갈수록 1인당 평균 공교육비가 증가한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은 초·중등 교육에 비해 공교육비가 적기에 비정상인 상황이다.

글로벌 레벨에서 대학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교육의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실의 국내 대학들은 교비회계 수입 중 등록금 수입이 5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반값 등록금 기조가 유지되면서 14년째 등록금 동결을 가져왔다. 그로 인해 사립대학의 재정 부실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점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며, 교원단체 등의 반발이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여론의 동의를 얻어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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