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前대통령 살던 서울시 홍은동, 고도 높아 재개발 미뤄지다 신통기획 확정

홍은동 8-400 일대 홍제천 품은 자연친화 주거단지로 재탄생 고도 제한 구역에 건물 노후화 심해도 재개발 불발되던 홍은동 홍은동 일대 재개발, 자연 훼손 없도록 환경영향평가 철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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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동 8-400일대 신속통합기획 건축배치 계획안/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표 부동산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이 서울 곳곳에 지정되며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 중 홍은동 8-400 일대는 1950년대 이후 재건축되지 않아 노후도 90%에 달할 정도로 소외된 지역이지만, 이번에 신통기획 대상 지역으로 확정됨에 따라 최고 23층 1,600가구 규모의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신통기획 확정된 홍은동 일대, 올 12월까지 정비계획 결정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10월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약 1년간 거주하던 홍은동 일대가 본격적인 재개발에 돌입한다. 서울시는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8-400 일대의 신통기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일대는 주변 자원으로 북한산과 홍제천이 자리하고 있지만, 실제 주거지와는 단절돼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활용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대 표고차 40m, 평균경사도 12%의 구릉지로 막다른 도로, 좁고 비탈진 계단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건축물 비율도 90%에 달해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신통기획을 통해 대상지 일대를 자연 자원과 주거환경 정비 필요성에 주목해 북한산과 홍제천이 연계되는 배산임수의 쾌적한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킬 전망이다. 이를 통해 홍은동 8-400 일대는 1,600세대, 최고 23층 규모의 수(水)세권, 숲세권 주거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서울시는 먼저 지역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구역계를 확대하고, 도로를 확폭해 출퇴근 등 혼잡 시간대 교통난을 완화할 예정이다. 또 북한산과 맞닿은 구릉지 지형임을 감안해 경사로로 인한 보행 약자의 이동 불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단지 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도 충분히 확보하고, 보차분리를 통한 단지 내외의 안전한 보행환경도 조성한다.

홍제천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도 높인다. 서울시는 홍제천을 따라 수변 광장과 개방형 공동체 시설, 근린생활시설 등 편의시설을 배치하고 홍제천과 북한산 자락길을 잇는 순환형 보행 가로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산, 홍제천, 홍은중앙로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해 영역별 특화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자연환경에 맞닿아 있는 홍은동의 특징을 활용해 친환경 주거단지 조성에 중점을 뒀다”며 “지역주민이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후속 자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통기획 절차 간소화에 따라 홍은동 8-400 일대는 올해 12월까지 정비계획 입안 절차 추진 및 정비계획 결정이 완료돼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제동 판잣집 일대/사진=서대문구청

1950년대에 지어진 홍은동 주택단지, 70년 만에 재개발 승인

서울 강서지역에 위치한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한강까지 흐르는 도시 하천이다. 홍제천 북쪽을 홍은동, 홍제천 남쪽을 홍제동이라고 부른다. 두 지역 중에서 홍제동은 서대문에 인접해 있어 조선시대부터 중국 청나라 사신의 숙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반면 홍은동의 경우 서울도시철도 3호선 홍제역의 역세권이지만 산지지형인 탓에 개발이 더뎠다. 홍은동 북한산 자락 꼭대기에 위치한 ‘홍은동 국민주택’은 주택 노후화가 심각한데도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인접한 탓에 고도 제한을 받아 사업성이 떨어진단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돼 정비사업 요건을 충족했지만, 2013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정비사업지에서 해제한 바 있다. 결국 6.25전쟁 직후 1950년대 말에 지어진 홍은동 국민주택은 심한 주택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70년간 재개발되지 못했다.

주택 노후화 외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홍은동 국민주택은 버스나 자차 등 교통수단이 없으면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대중교통편은 매우 열악하다. 홍제역에서 홍은동 국민주택까지 운행하는 서대문13번 마을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26분이나 된다. 즉 버스를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데다, 도보로 이동한다 해도 약 15분 이상 경사 높은 언덕길을 지나야 한다. 서울시에서 홍은동 일대를 신통기획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다.

재개발로 북한산 훼손 가능성 높아, 환경단체 반발 우려도

한편 홍은동 8-400 일대 외에 홍은동 11-360 일대도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 바 있다. 해당 사업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주관하는 것으로, 서대문구 홍은중앙로7길 9-41(홍은동) 일대 1만1599.6㎡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 지역에 지하 2층에서 지상 15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250가구 및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환경부의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착공에 나섰지만 여전히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지역 전문가는 “환경부 승인이 있더라도 GTX-A 사업단의 북한산국립공원 내 굴착 공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홍은동 일대 재개발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은동 자체가 북한산과 맞닿아 있는 탓에 제아무리 자연 자원을 연계해 개발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북한산이 일부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에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모든 대안은 필요성이 절박해 추진되는 것으로 철저한 검토를 거친다”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면밀히 진행하겠지만 사업 타당성과 필요성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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