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에 ‘자기 부담금’ 항목 신설, 추후 향방은

수위 높았던 법적 처벌에 그간 수요 높았던 운전자보험 업계, 이번 ‘자기 부담금’ 신설로 운전자 보험 수요 줄 것이라 전망 전문가들, 보험사 수익성 개선 및 도덕적 해이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

pabii research

보험 업계가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항목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이번 행보를 통해 그간 과당경쟁으로 문제시 돼왔던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손보사들, 운전자보험 항목에 자기 부담금 20% 추가한다

지난 3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 교통사고 처리지원금에 대해 자기 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방침이다. 이는 그간 일반에 판매되는 운전자보험에 중복 가입 시 실제 발생한 형사합의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액수를 보상받을 수 있어 악용된 보험사기 및 도덕적 해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손해보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운전자보험 계약 건수는 493만 건에 달한다. 이는 국내 단일 보험 종류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이기도 하다. 한 손해보험 관계자는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차량 보유 대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인기 만점’이었던 운전자보험, 추후 향방은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로 인해 타인에게 대인·대물 손해를 끼쳤을 때 보상 처리하는 담보다. 이는 자동차를 소유하며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의무에 해당하는 보험이다. 반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본인이 입은 상해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자동차 보험의 보상 범위가 아닌 형사적·행정적 법적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장한다. 이를테면 자동차 보험이 상대방인 피해자를 위한 보험이라면 운전자보험은 본인을 위한 보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운전자보험의 경우 중상해 사고, 12대 중과실 사고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큰 교통사고가 발생할 시 운전자의 형사적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이같은 큰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될 시 변호사 선임 및 형사합의금 마련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에 경제적 부담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경제적 부담을 보장해 주는 것이 운전자보험인 것이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스쿨존 사고,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회에서 민식이법, 윤창호법을 제정하면서 운전자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에 따라 운전자들이 법률 비용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상품에 눈을 돌리면서 해당 상품의 인기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에 메이저 보험사가 일괄적으로 자기 부담금 항목을 신설함에 따라 보험 보장 범위는 기존보다 축소되고,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금전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기존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변호사비용 특약으로 100만원을 보장받았다면, 올 7월부터는 손보사가 80만원을 부담하고 20만원은 운전자가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40대 운전자 A씨는 “운전자보험이 보장하는 담보 중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운전자 벌금’, ‘변호사선임 비용’이 포함되는 만큼 과거 운전자보험 구매를 필수적으로 여겨왔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자기부담금 항목이 새로 생기면서 해당 상품에 대해서는 가입 인센티브가 다소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freepik

과당 경쟁 줄면서 순기능 기대해 볼 수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운전자보험 시장을 둘러싼 손보사들의 출혈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0일 KB손해보험을 선두로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변호사 선임 비용 보장을 강화한 운전자보험을 잇달아 내놨다. 기존 운전자보험에 포함된 ‘변호사선임비용’은 정식 기소상태, 재판, 구속된 경우에만 해당 비용을 보장해 줬으며,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보장 공백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손보사들이 탑재한 특약은 경찰 조사 단계부터 관련 비용을 보장하면서 운전자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보험사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향후 수익성 악화 및 도덕적 해이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보험 전문가 B씨는 “과거 운전자보험은 변호사 선임 비용 및 형사 합의금을 정액으로만 보장했으나 최근 과열 경쟁으로 인해 실제 발생한 형사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한 보험사기가 빈번히 발생해 보험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기부담금 항목 신설로 그간 발생했던 과당경쟁을 상당 부분 해소해 향후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과한 보상으로 인해 야기됐던 운전자보험의 ‘도덕적 해이’의 불씨도 꺼뜨릴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B씨는 “이제는 운전자보험이 필요한 사람만 관련 상품에 가입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운전에 필요한 인지능력과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어르신들이 주요 고객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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