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에 정비 사업 갈등 잇따라, 중재 나선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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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재건축 공사비 증액 사유·내역 검토
분양 및 입주 일정 연기 최소화
임금 상승 여파, 업계 ‘줄도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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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를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타당성을 직접 조사해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오르며 사업성이 악화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줄도산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4㎡ 분양받으려면 1억원 더 내라?”

11일 서울시 관계자에 의하면 서울시는 매달 정비사업 증액 및 변경 계약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증액 요청이 접수될 경우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조합과의 협의를 돕기 위함이다. 현재 8곳의 사업장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이며,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자, 정비사업 전문 코디네이터 등이 공사비 증액 사유와 세부 내역, 조합과 시공자 간 협의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고, 갈등이 있을 경우 중재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협의가 장기 지연되는 경우에는 자치구와 조합, 시공사의 협의 하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다.

서울시가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은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는 정비 사업장이 늘며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사업장은 당초 660만원이던 3.3㎡당 공사비를 시공사 측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수개월째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총 2,678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해당 재건축 단지 중 일반 분양은 678가구로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2025년 6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불확실성을 띠면서 분양과 입주 일정 모두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건축 사업장은 545만원에서 621만원으로 한 차례 인상한 3.3㎡당 공사비를 시공사가 780만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 측은 시공사의 요구대로 공사비를 조정할 경우 조합원당 분담금(84㎡ 동일 평형 기준)이 1억원(약 7만6,000달러)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아예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사업이 방치되는 경우도 포착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4차가 이같은 사례로,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3.3㎡당 760만원의 공사비로 진행한 입찰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해 올해 810만원으로 올려 재입찰을 준비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별도의 내부 조직을 마련해 올해부터 공사비 검증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정비 사업에 대한 상시 점검과 현장 조사를 통해 공사비 갈등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사업 지연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원가 부담, 사업 진행될수록 손해도 ‘눈덩이’

공사비 관련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를 기록해 지난해 9월(153.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산출된 수치로, 해당 지수가 154를 넘어선 것은 2000년 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잠시 주춤하던 건설공사비지수가 올해 초 다시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건설 현장을 찾는 한국인 근로자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도 갈수록 줄어들며 현장 인력의 평균 임금이 해마다 가파른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의하면 올해 1월 일반 공사직 일평균 임금은 25만8,359원으로 전년 동월(24만4,456원) 대비 5.69% 상승했다. 4년 전인 2020년 1월(20만9,168원)과 비교하면 23.52% 치솟은 수준이다.

이처럼 공사비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건설사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 상승세도 멈출 줄 모르고, 올 상반기 적용된 건설업 임금이 크게 뛰면서 건설 현장의 원가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고 짚으며 “중견 건설사들이 하나둘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부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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